[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김미혜 글 / 최정인 그림
전래동화는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해서, 아이가 여섯살 후반이 되면 읽어주어야지 하다가 지난번 [비룡소 전래동화 26] 뉠리리 방귀를 읽어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여세를 몰아서 제가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읽어 주었어요.
현재 5살인 아들이 동물, 그 중에서도 호랑이나 사자, 악어같은 맹수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것이 좋을 듯 싶어서 선택했는데, 아이가 책 내용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전래동화보다 지식그림책을 더 즐겨 읽는 편이라서 조금 지루해하는 경향이 있었네요.
하지만 [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책이 안 좋다기보다는 이건 아들의 개인적인 성향 탓인터라, 엄마 마음에는 쏙 드는 전래동화를 그냥 책장에 묻어두기 아쉬워서 자세히 리뷰를 적어 보네요.
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책이 전래동화, 그 중에서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3살 때 친정 엄마가 계몽사 전래동화 전집을 들여 놓으셨는데.. 여자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스토리가 있고 구수한 입담이 담긴 전래동화를 아주 좋아해서 저는 대부분의 책을 거의 외울 정도로 봤다고 하네요.
그 중에서도 이 책이 특히 기억에 남는건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 먹었다는 내용에 제가 이불을 둘둘 싸매고 무서워하던 기억이 남아 있거든요!
또 고등학교 시절에는 동일한 전래동화인 <해님달님>을 각색해서 일본어 수업시간에 일본어로 연극을 펼쳤던 기억이 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모 출판사에서 전래동화 전집을 새로 출시하면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방 안에 있던 오누이가 똥이 마렵다는 기지를 발휘해서 우물 옆 버드나무로 도망간 이야기를 다른 출판사의 전래동화에서 빠져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한 터라 다른 출판사의 전래동화에는 진짜 그 내용이 빠져 있나? 궁금하기도 했었네요.
그래서 [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아들에게 읽어 주기 전에 그 부분부터 찾아 봤는데, 그 내용이 한 장에 걸쳐서 긴박한 대화체로 잘 다뤄지고 있더라구요!
암튼,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의 기억은 너무 흐릿한지라.. 이 책만으로 감상을 적자면,
그림을 그린 최정인님의 탁월한 심리 묘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아서 이 분이 그린 다른 책도 한번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선 눈이 덮힌 언덕을 부지런히 오르는 엄마의 모습은 기묘한 느낌이 드는 파란색 나무로 표현해서 춥고 외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제가 어릴 적 너무 무섭게 봤던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 먹는 장면은 눈 덮인 언덕에서 호랑이가 엄마를 향해 덮치는 장면을 먼 발치에서 보는 것처럼 처리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느끼는 무서움이 조금 덜하게 느껴지도록 그렸어요.
그리고 좁은 방안에서 호랑이가 손을 내밀고 대화하는 장면이나 방안에 들어온 호랑이를 보고 똥이 마렵다는 기지를 발휘해서 도망갈 궁리를 하는 오누이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그려놓고 있어서 실제 같은 공간에서 호랑이를 맞닥드리고 있는 느낌을 전해주네요.
또 버드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를 찾아낸 호랑이가 도끼로 나무를 찍고 오르는 장면에서는 책을 세워서 좀 더 스릴 넘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리고 금줄, 은줄을 쥐고 하늘로 올라가는 오누이의 모습에서는 평면 위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입체감이 느껴지는 신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어서 어릴 적 내가 좋아하던 그 전래동화 맞나?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최정인님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전래동화인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호랑이는 대개 해학적으로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지만, [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무서우면서도 오누이의 꾀에 속는 다소 어리석은 모습으로 잘 그려지고 있어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01] 팥죽 할멈과 호랑이 中 발췌
[보림] 까치호랑이 15.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中 발췌
[기탄풍뎅이그림책] 우리전래동화 40 호랑이와 곶감 中 발췌
같은 내용의 전래동화가 집에 없어서 비교가 힘들지만, 집에 있는 책 중 다른 내용의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동화를 비교해보면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01] 팥죽 할멈과 호랑이나 [보림] 까치호랑이 15.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기탄풍뎅이그림책] 우리전래동화 40 호랑이와 곶감을 보면, 호랑이의 모습이 모두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조금 무서워 보여야 할 장면에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강조되어 나와서 5살 아들에게도 한번씩 읽어 줬는데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더라구요.
제가 그림책을 고를 때 자주 참고하는 <그림책 족보>에서는 전래동화를 읽어줄 때, 같은 원작의 다른 창작자가 그린 책들을 같이 보여주면 좋다고 추천을 하고 있어요.
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림이나 문체를 약간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이 되는데, 이런 책을 많이 읽으면 아이들의 미적인 감각과 지적 감각이 자극된다고 하네요!
[비룡소 전래동화 27]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경우 워낙 유명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라.. 이번 책을 시작으로 도서관에서 동일 원작의 다른 출판사 책들도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