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룜소 창작그림책 2 <볶자 볶자 콩볶자>
소중애 글 / 차정인 그림
철없는 봄 바람과 지혜로운 할머니의 기싸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재미있는 창작그림책 한편을 소개해요.
처음에 <볶자 볶자 콩볶자> 그림책 제목만 들었을 때는 아이에게 콩을 먹이려고 콩을 볶는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는데, 그림책을 받고나서 표지 그림을 보니 할머니와 꼬마들이 모여 속닥속닥 비밀리에 일을 도모하는 모양새가 느껴져서 그 내용이 참 궁금했었네요!
게다가 할머니의 두껍고 어두운 겨울옷과 대비해서 아이들의 다소 가벼운 봄옷 차림, 또 창호지에 난 여러 개의 구멍에서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그림이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이보다 엄마가 더 호기심이 나는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사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창호지 문이나 불을 떼는 아궁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책이나 전통문화 관련 박물관에 가야지만 볼 수 있어서 5살 종호의 눈에는 어색하게만 비춰졌을 거에요.
<볶자 볶자 콩볶자>는 차가운 겨울바람 북풍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요.
그간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다보니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림책은 삽화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눈으로 볼 수 없는 차가운 겨울바람의 느낌을 판화로 표현했는데 정말 실감나더라구요!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 겨울바람이 가고 봄 바람이 오는 장면에서는 푸르고 어두운 겨울바람과 대비해서 연노랑의 따스한 느낌이 드는 봄바람이 표현되서 그림만 봐도 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을 정도였네요.
부스럭부스럭, 꼬물꼬물, 쪼르륵쪼르륵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폭폭폭.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들도 있었지요. ~ (중략)
그동안 5살 아들에게 다양한 창작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무리 좋은 번역본도 우리말의 묘미를 완전히 느끼게 해주기에 부족한터라 질이 좋은 우리나라 창작그림책에 대한 목마름이 좀 심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볶자 볶자 콩볶자> 그림책을 보니 간만에 우리나라 창작그림책 중에서 꾸밈말의 사용이 자연스럽고, 많이 쓰이지 않으나 한글의 아름다움을 절로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난 듯 싶어서 참 반가웠어요!
다만 5살 종호에게 읽어주기에 한 페이지에 나오는 글밥이 다소 긴 편이었는데, 워낙 꾸밈말이 많아서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끝까지 집중해서 잘 보더라구요!
모두들 봄이 왔다고 두꺼운 겨울 옷을 벗어던지고 얇은 봄옷을 입었지만, 할머니만큼은 음력2월 초하루, 바람이 땅에 내려온다는 날까지 봄바람을 살피면서 기다리네요.
문득 책의 주된 소재가 되는 음력2월 초하루가 어떤 날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바람님(영등신,이월할머니,풍월할머니) 오는 날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음력 2월 20일쯤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바람님 가는 날이라고 하는데 그간 살아오면서 외국의 할로윈데이같은 문화는 알아도 정작 우리나라의 이런 고유문화는 너무 모르고 지나쳤던 것 같아서 반성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우리나라 전통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잊혀져가는 고유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저는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단지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도 교양을 쌓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력 2월 초하루가 되었지만 봄바람의 심술에 바람이 세게 불어닥치고, 할머니는 “큰일이야. 큰일. 2월 초하룻날 바람이 세게 불면 농사를 망치는데……. 바람에 흙이 마르고, 씨앗이 날아가고, 꽃이 떨어지고, 새싹이 부러지거든.”이라면서 봄바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내지요!
글을 읽지 않아도 봄을 연상시키는 노랑색과 연두색, 그리고 하얀 꽃들 덕분에 봄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는 느낌을 팍팍 받게 되네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집중하지 못하던 아들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할머니가 생각해낸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점점 책에 빠져들기 시작해요.
할머니에게 봄바람을 혼내줄 방법을 들은 아이들은 할머니가 나눠준 지팡이에 의지해서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하네요.
그런 아이들을 우습게 보고 거세게 아이들을 밀어붙이는 봄바람의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죠!
하지만 이런 그림에 더욱 빠져드는 5살 종호 덕분에 엄마는 할머니가 아니라 봄바람의 입장에서 열심히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네요~
할머니가 알려준 방법은 다름아니라 콩을 볶아서 봄바람보다 더 심한 천둥소리를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책 제목이 주문이라도 되 듯 다들 한마음으로 “볶자 볶자 콩볶자. 달달달달 콩 볶자!”하면서 콩을 볶아내죠~
가끔 외할머니네 놀러가면 검은콩을 볶아서 간식으로 주시기 때문에 5살 종호도 볶은 콩을 종종 먹어본 터라 익숙한 듯 쳐다보네요.
그래도 커다란 아궁이와 가마솥은 처음 본 터라 이게 뭔가 싶어서 한참 질문을 내뱉으면서 자기도 콩을 볶아 보고 싶대요~
봄바람은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기운이 빠져가요.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볶은 콩을 먹어대자 고소한 콩 냄새에 마음도 약해져가구요!
결국 봄바람은 마을을 떠나 축 처진 몸으로 할머니 집으로 향해요.
조금전까지 봄바람의 시샘으로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다시 보라색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흰색으로 바뀌어가면서 표현되는 마을의 모습은 그림만 봐도 참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연노랑 외투를 질질 끌며 할머니 댁으로 온 아기같은 봄바람의 모습도 참 귀엽게 느껴지네요!
할머니 곁으로 다가와서 더 이상 심술도 안 부리고, 변덕도 안 부리겠다고 약속을 한 봄바람은 할머니가 볶아둔 콩을 우드드득 우드드득 먹으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죠!
<볶자 볶자 콩볶자> 그림책을 읽고나니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지 5살 종호도 외할머니가 볶아준 검은콩이 먹고 싶다고 그러네요~ ^^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람을 다양한 색과 질감을 느끼는 판화형식을 이용해서 눈도 즐겁고, 바람 부는 소리, 콩을 볶는 소리, 콩을 오드득 먹는 소리처럼 다양한 소리의 표현으로 귀도 즐거운 그림책, <볶자 볶자 콩볶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 대 읽어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