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큰형이야!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 : 유아6·7세를 위한 그림동화-37
공문정 글 / 박정섭 그림
50쪽 | 226g | 158*223*10mm
비룡소
어느 정도 성장해서 단체생활을 하기 시작했던 밤톨군이 보였던 변화 중의 하나가 생각납니다. 놀이터에서 비슷한 키와 덩치의 친구를 새로 만나면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름보다 나이를 묻더군요.
” 너 몇살이야? ”
그리고 그들은 형, 동생 을 정하고 나이가 같으면 “친구야~” 라고 부르며 놀았습니다. 아직 나이의 개념이 없는 네살짜리 꼬마가 “야!” 라고 불렀다며 꼬맹이를 잡고 ” 난 너보다 나이가 많아. 오빠라고 불러봐~ ” 라며 속상해하던 것도 그 무렵의 일이지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유치원 동생들에게 어찌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뽐내던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었죠.
물론 뽐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어린 동생들이 위험하게 미끄럼을 타면 돌봐주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이전에 친절한 형들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대로 동생들과 놀아주기도 합니다. 「형」이라는 혹은 「오빠」라는 그 말에 담긴 힘, 어떤 책임의 무게를 은연중에 녀석도 느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넌 이제 ‘형아’ 잖아. 라면서 우리 어른들이 무심코 강요했던 역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 녀석들은 얼른 나이가 들어서 ‘최고형님’이 되고 싶어했다는 사실이지요.
이 책에도 누구보다 형님이 되고 싶었던 주인공이 드디어 어린이집에서 제일 큰형으로 등극한 뒤 벌어지는 일이 담겨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아동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작가가 어린이집 최고 고참이 된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해 유쾌한 동화로 탄생시킨 작품이라는군요. 기대감에 한껏 젖어 으스대는 귀여운 일곱 살 형님의 모습이 자꾸 밤톨군의 이전 모습으로 보이면서 우리 아이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는 듯 엄마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공감을 바탕으로 부모와 아이는 책의 각 에피소드에서 자신들의 실제 이야기를 풍성하게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최고 형님이 된 후 변화 하나 : 앞으로 자기에게 존댓말을 하라고 동생들한테 으름장 놓기
■ 최고 형님이 된 후 변화 둘 : 형 답게 행동해보려 애쓰기
그러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치약을 많이 짜 이를 닦다 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의기양양하게 종이접기를 도와주다 다 망쳐 버립니다. 땀을 흘리면서 종이접기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운지요.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가장 큰 형님으로서 주인공 당찬이가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내 재미와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비룡소의 읽기문고 단계 중 1단계의 책으로 쉬운 단어와 많지 않은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6-8세 정도의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기 연습을 하기에 좋네요.
무엇보다도 빨리 형이나 아빠처럼 커서 더이상 아기 취급 받기 싫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을 다니는 일곱살 남자아이의 심리가 잘 살아 있어 남자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진정한 형으로 거듭나기 위한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보며 읽어보세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성장 욕구를 새삼 깨닫게 되실 거랍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직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부모의 따뜻한 격려라는 것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