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초등 3학년 만두군과 함께
박목월 동시집 ‘오리는 일학년’ 을 읽어봤어요
박목월 동시집 ‘오리는 일학년’
비룡소 초등 추천도서
동시야 놀자 8. 오리는 일학년
박목월 시, 오정택 그림
비룡소
동시를 읽자고 하면 ‘동시는 재미없다’ 라는 반응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말 없이 ‘오리는 일학년’ 책을 받아드는 만두군..
어라~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ㅎㅎㅎㅎ
3학년 1학기 국어 시간에 젤로 처음 배우는 것이 동시예요
‘1단원 생각을 나누어요’ 에서 시를 암송하고, 느낌을 살려 시를 읽는 법을 배우거든요
요즘 학교에서 동시에 대해 배우고 있어서 별로 거부감이 없었나 봅니다 ^^*
한국 현대시의 거장 박목월 시인의
우리말 운율을 살린 정겹고 따뜻한 동시집
박목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학교에서 수능 공부할 때 이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
세월이 흘러 이젠 아들과 함께 박목월 시인의 동시를 읽다니..
워낙 좋은 동시들이니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거겠죠 ^^*
박목월 동시집 ‘오리는 일학년’ 에는
총 48편의 동시가 수록이 되어 있어요
1부 다람다람 다람쥐에서는
다람쥐, 토끼, 참새, 코끼리 등등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동물들을 소재로 쓴 시들이 있고요
2부 이슬 아기들에서는
바람, 비, 구름, 이슬 등 계절과 자연 현상에 관한 시들을 모았어요
3부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에서는
사람과 사물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시에 담겼어요
48편의 동시 중에서 만두군에게 제일 처음 보여준 동시는
바로 ‘얼룩 송아지’ 입니다
얼룩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 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귀도 얼룩 귀
귀가 닮았네.
만두군이 보더니 피식- 하고 웃어요 ^^
어릴 때부터 즐겨 듣고 즐겨 부르던 ‘얼룩 송아지’ 노래가 동시인 줄 몰랐던 거죠
“이게 동시라고?” 하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에요 ㅋ
동시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조금은 허물어진 거 같아요
소리 내어 암송해보려고 하는데..
자꾸 동요의 리듬이 생각이 나서 제대로 암송이 안 된다고 ^^;;
그래서 큰 소리로 같이 ‘얼룩 송아지’ 동요를 불러봤답니다 ㅎㅎㅎ
동시집은 소설처럼 무조건 첫 장부터 읽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거 같아요 ^^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 마음에 드는 동시를 골라 읽어도 되니깐요
오리는 일학년
댓둑오리 네 마리
댓둑 댓둑 댓둑
나란히 하고
체조한다
오리는 일학년
댓둑거리기에
꼭 바로 못 가고
이내 나란히가
흩어진다
‘댓둑 댓둑 댓둑’ 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
오히려 뒤뚱뒤뚱 보다 더 리얼한 느낌으로 다가온달까..
어쩜 이리 동물의 이미지를 맛깔나게 잘 살리셨을까요??
이야깃길
동무 동무 씨동무
이야깃길로 가아자.
옛날 옛날 옛적에
간날 간날 간적에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깃길로 가아자.
(이하 생략..)
우리말이 이렇게 재미있고 리듬감이 있는 말이었던가요?
박목월 시인의 시는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가 아닐까 해요
시를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그 리듬 속에 풍덩! 노래하듯이 읽혀지네요
자꾸 읽다 보면 입에 붙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단추
단추는 오형제.
내 양복 저고리에 정답게 달렸습니다.
그들이 형제라는 걸
나는
처음에 까맣게 몰랐습니다.
한 개가 떨어져 버리게 되자
남은 네 개의
쓸쓸한
모양.
비로소
한탯줄에 태어난 오형제임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단추는 오형제.
내 양복 저고리에
정답게 달렸습니다.
시인의 관찰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고 지나치는 단추를 보며 ‘단추는 오형제’ 라고 이야기를 하네요
모든 사물을 허투루 보지 않은 시인의 따뜻한 눈길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이 시는 제가 좋아해요~ 어쩐지 읽으면 찡하달까 ㅎㅎㅎ
학교 숙제로 <국어 활동 3-1, 가> 8~9쪽을 보고 참고해서
좋아하는 시를 찾아 암송하기가 있었어요
만두군과 함께 박목월 동시집 ‘오리는 일학년’ 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암송하기로 했어요
‘엄마하고’ 를 적고 주말 동안 암송한 다음에
학교에서 친구들 암에서 좋아하는 시 암송하기도 했다네요 ^^
엄마하고
엄마하고 길을 가면
나는
키가 더 커진다.
엄마하고 얘길 하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엄마하고 자면
나는
자면서도 엄마를 꿈에 보게 된다.
참말이야, 엄마는
내가
자면서도 빙그레
웃는다고 하셨어.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눈..
엄마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
서로가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눈높이가 맞지 않아도
그 사랑이 전해지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
아.. 아이가 크면서 자꾸 이런 감정을 잊어 먹어요 ㅎㅎㅎ
보면서 괜히 예전 생각이 나서 코끝이 찡해지던 시랍니다
정말 오랜만에 동시를 읽어보았는데
역시.. 좋은 동시를 읽기만 해도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는군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박목월 동시집 ‘오리는 일학년’ 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