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정중주의 동화 서른다섯 편이 실린 두 번째 동화집.
아이의 마음을 가진 시인이 펼쳐내는 놀라운 상상력의 우주, 잃어버린 무지개를 찾아 세상으로 내려온 하늘나라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동화집.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정중주 씨의 동화 서른 다섯 편이 실린 두 번째 동화집입니다. 정중주 씨의 작품은 현행 국민학교 교과서(‘생활의 길잡이’ 5혁년 1학기)에도 실려 있습니다.(「하늘에서 내려온 아이」와 「온누리로 퍼진 웃음」). 지난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동화를 써 온 작가는, ‘시의 세게로 옮겨 놓아야 할 것들을 동화의 세계 쪽으로 흩뿌려 놓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시의 세계와 동화의 세계가 동일하며 따라서 그에게 있어 동화 쓰기가 시 쓰기와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는 벽촌에서 자란 탓에 자연과 함께 한 많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새둥우리 속의 알을 꺼내 먹기도 하고, 밤에 그물을 쳐서 새잡이를 하기도 하고, 냇가에 나가 자라를 잡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런 원초적인 경험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꿈의 세계, 그 동심의 세계로부터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나의 삶은 실패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늘 그 꿈과 가까운 거리로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쓴 게 저의 동화입니다.
저는 도시에 사는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제가 어린 시절에 체험하고 꿈꾸었던 그 꿈을 동화라는 상상력의 형식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어른들조차 아이들에게 떡을 먹으라고 주지 않고 돌을 주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무지개도 보지 못하고 자라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제 동화가 떡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될는지 몹시 염려스럽습니다만 결코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시인 정호승 씨는 정중수 씨의 작품세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정중주 시인은 하느님만이 지니신 능력 중의 하나를 부여받았다. 그것은 생명을 창조시키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오직 죽음뿐인 것들을 그는 모두 생명이 있는 것들로 만드는 놀라운 창조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의 동화에서 또 하나의 우주를 보는 것 같아 신비스럽다. 그의 동화를 읽다 보면 놀라운 상상력의 우주를 만날 수 있다. 그는 그물을 하늘로 던져 별을 낚기도 하고, 한 겹씩 떼어낸 무지개를 손에 쥐고 무용이나 체조를 하기도 한다.
그는 일단 어른의 세계를 부정한다. 이미 이루어진, 모든 고정화된 현상과 세계를 뒤집어 버린디ㅏ. 그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삶과 우주의 이면의 세계를 보여 준다.
정중수 시인의 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먼저 놀라움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어른에 의해 길들여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당장 깨달을 수 있다. 그는 꿈과 사랑을 잃어버린 어른들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그러면서 은근히 어리석은 어른들의 세계를 꼬집는다. 9자의 동그라미 밑에 쬐그만 파리똥 하나가 떨어져 9자를 8자로 잘못 보고 단동 1원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해 몇 날 며칠 장부 정리에 고생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부끄럽다. 우리의 가장 큰 소원인 통일이 파란 나비 한 마리를 따라간 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화에서는 그만 눈물이 핑 돈다.
정중수 시인은 온통 동화의 눈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시인이다. 그가 한국 동화의 영역을 확대시킨 것은 그 자신만의 능력은 아니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생명과 사랑의 동화를 쓸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시인이다. 나는 그가 부럽다.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그런 동화를 쓰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발문 ‘신비스럽고 놀라운 상상력의 우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