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3년 11월 7일
ISBN: 978-89-491-0046-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 32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17
분야 그림동화
수상/추천: 열린어린이 선정 좋은 어린이책
아빠와 아이의 유쾌한 신경전
엄마가 아픈 날. 아빠는 집안일을 하느라 송이와 놀아 줄 시간이 없어요. 송이는 할 수 없이 혼자 놀아요. 그런데 강아지가 멍멍, 고양이가 야옹야옹, 친구들이 같이 놀자 해요. 쉿쉿! 지금은 안 돼! 했지만 자꾸만 같이 놀자해요. 어쩌죠?
아이 심리가 잘 드러난 그림책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실수나, 사건이 벌어져 때때로 아이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기보다는 “이거 왜 그랬어!”하고 다그치기 일쑤이다. 이렇게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을 소재 삼아 재미난 시각으로 풀어낸 이 책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2002년 벨기에 국제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선발되는 등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춘효 씨가 글을, 두 딸을 키우며 꾸준히 일러스트 작업을 해 온 백은희 씨가 그림을 그렸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의 심리와 생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아빠와 아이의 유쾌한 신경전
이 책은 아이의 심리를 상상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늘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과 평범한 공간을 상상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신선하게 꾸몄다. 엄마가 아파, 집안일로 바쁜 아빠는 아이와 놀아 줄 시간이 없다. 게다가 조용히 놀라며 연신 쉿쉿! 댄다. 아빠 눈치를 보며 혼자 심심하게 놀아야 하는 아이. 하지만 신 나고 재미나게 놀고 싶은 욕구가 재미난 방향으로 진전된다. 방 안 구석구석에 있던 아이의 놀이감들이 실제로 살아난 것. 장난감 강아지는 진짜 멍멍! 짖고, 책 속 오리도 꽥꽥!, 푹신한 쿠션 같은 염소도 매매! 같이 놀자한다. 아이는 그런 친구들에게 오히려 단호하게, “지금은 안 돼!”한다. 아이의 이중 심리가 재미나게 표현되는 대목이다. 이 심리는 철저하게 상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으로 분리되면서 아빠와 아이의 유쾌한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친구들과 점점 ‘신 나는 놀이 공간’으로 빠져들수록 아빠의 제지는 더욱 강해진다. 눈초리가 올라가고 어깨가 쑥 올라가고 결국은 “조용히 하랬잖아!” 하고 소리까지 버럭 지른다. 팽팽하게 맞선 아빠와 딸의 신경전은 결국, 아이의 울음으로 탁 하고 터진다. 결국 아이를 달래려하다 아빠까지 울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친구들도 모두모두 함께 울어 버린다. 실컷 울게 된 아빠와 아이, 어느새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킥킥킥 웃으며 금세 화해한다.
숨고 찾는 재미난 구성
여백을 살린 왼쪽 면은 아빠의 상황이 작은 컷으로 연출되고, 오른 면은 아이의 상상 속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로의 강약을 조절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은 서로의 세계가 대비되면서 더욱 흥미롭다. 더구나 아빠가 점점 화나는 모습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으로 묘사되면서 그 상상의 폭이 더 넓어진다. 또 각장마다 나오는 등장 동물들의 흔적을 앞장에서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서랍장 위의 강아지 인형, 장난감통 속 고양이, 책표지의 오리 등 툭툭 튀어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아이의 방 어느 구석엔가 다 숨어 있다. 책을 읽으며 다음 장면에 누가 나올지 맞춰보는 것도 재미나다. 더구나 반복되는 말의 리듬을 타면서 의성어, 의태어의 말맛도 느낄 수 있다. 뒤뚱뒤뚱 오리는 꽥꽥, 포동포동 닭은 꼬꼬댁 꼬꼬, 비실비실 염소는 매매 등 동물들의 외형과 울음소리에 따라 다양한 단어들을 접할 수 있다. 공간 또한 아이들에게 친숙한 ‘나의 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이 더욱 안정감을 준다.
아이의 풍부한 표정이 살아있는 따뜻한 그림
그린 이는 자신의 딸을 모델로 작업했다. 섬세한 엄마의 관찰력으로 그려낸 아이의 표정 변화는 매우 풍부하다. 겁먹은 표정, 울먹울먹하는 표정,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표정 등은 이야기의 기복을 매우 잘 조정해 주고 있다. 또 아이 방의 구조와 소품들을 자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 아이들의 공감대를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다. 동물들의 표정과 몸동작 또한 감정의 흐름을 잘 타면서 표현돼 그림책의 리듬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맑은 채색은 이야기의 따뜻함을 잘 아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