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he Ark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3년 7월 5일
ISBN: 978-89-491-1103-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300x230 · 48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3
분야 그림동화
예술적인 일러스트와 깔끔한 언어로 다시 태어난 신화
성경 속 이야기인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독특한 판화 그림과 쉽고 깔끔한 글로 전해 주는 그림책
예술 작품으로서의 그림책
아서 가이서트는 에칭 기법을 능란하게 소화해 내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답게 『노아의 방주』 역시 에칭의 예리한 선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가이서트는 일리노이 주의 집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들(돼지 떼, 경사 급한 계곡, 그리고 미시시피 강 등)에서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판화들은 매우 세밀하면서도 사실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산과 지면의 굴곡, 방주를 만드는 나무의 결, 낮과 밤, 짐승 털과 구름, 쏟아지는 빗줄기 등 가이서트는 이 모든 것을 다 오직 선으로만 표현했다. 오로지 선만으로 면과 질감, 심지어는 명암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 놀라울 정도다.
반면 색의 사용은 엄격하게 절제하여 책 전체의 색이라고는 선의 검정색과 바탕의 노란 톤, 이 두 가지 색이 전부다. 이러한 단순한 색의 구성은 섬세한 선의 효과를 더욱 살려 주어 그림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예술 작품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일러스트를 보여 준다.
아기자기하게 되살려낸 신화 속 이야기
이 책에는 성경만 읽었을 때는 알 수 없는 여러 모습들까지 소소하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방주 바닥의 둥근 틀을 깔고, 뼈대를 만들고, 나무판을 하나하나 붙여 벽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의 흥미를 불어 일으킬 만하다. 모든 동물들이 암수 한 쌍씩 차례차례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이나 문을 닫은 후 방주에 오르는 노아의 모습도 재치 있다.
또 비가 퍼붓는 가운데 방주의 단면을 보여 주어 짐승들이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북적대는 방주 안의 모습을 잡아 낸 장면은 마치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듯 재미있다. 방주 안 여러 짐승들이 북적북적 어울려 사는 모습은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 준다. 커다란 짐승은 방주 아래, 곤충처럼 작은 짐승들은 방주 맨 위, 이렇게 각자의 몸집에 따라 자리도 다르게 잡은 것도 참 그럴듯하다. 하루 종일 종종걸음 치며 일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는 일상의 피곤과 분주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시인 이수명이 다듬은 간결한 문장
페이지에 꽉 차는 그림 아래로 글은 많아 봤자 한 줄이다. 하지만 이 짧은 분량만으로도 모든 사건이 훌륭하게 전달된다.
이 책의 역자는 1994년 등단,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등의 시집을 출간하고 2001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이수명이다. 그의 번역답게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문장들은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성경 속 이야기를 아주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