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림 그레고와르 솔로타레프 | 옮김 김예령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5년 3월 10일
ISBN: 978-89-491-1135-3
패키지: 양장 · 40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37
분야 그림동화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림책
어린 토끼 장 캬로트는, 사람이건 같은 토끼건 모두에게 “우리 꼬마 토끼”라고 불린다. 이것이 정말 싫었던 장은 못된 토끼가 되면 아무도 자기를 “우리 꼬마 토끼”라고 부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심지어 은행까지 털러 들어간다. 그저 겁만 주려고 했던 거였지만 감옥에 갇히게 된 장은 감옥에서 또 다른 “꼬마 토끼”인 짐 라디를 만난다. 장보다도 작지만 씩씩하고 용감하게 살아가는 짐. 장은 짐과 함께 감옥에서 탈출하여 할아버지께로 가는 데 성공하고 다음 날 둘은 신문에 “꼬마 토끼 두 마리의 대탈출”이라는 기사를 읽고 한바탕 웃는다.
난 꼬마가 아니에요, 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토끼인 데다 꼬마이기까지 한 장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어른 토끼들이 자기 이름을 안 부르고 ‘꼬마’라고 불러도 그들은 ‘어른이니까’ 그저 참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같은 토끼들마저도 장을 보고 ‘우리 꼬마 토끼’라고 부르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장은 어른 토끼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어른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사실을 가르쳐 준 장의 아빠도 어른이었지요.
장이 은행 강도가 되었을 때에도 장이 든 긴 칼은 마치 바늘 같고 그 앞에 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은 장에 비하면 산만 하다.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으려고 쫓아오는 경찰들이 덩치 큰 늑대라는 점도 장이 얼마나 작은 약자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통로다.
작가는 약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지만 그 비꼼 속에는 유머가 번득인다. ‘못된 토끼’가 되기 위해 아주머니들의 호의를 무시하는 반항은 아이답고, 바늘 같은 칼을 든 작은 토끼의 하찮은 위협에 커다란 사람들이 모두 놀라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모습도 우습다. 토끼들이 즐겨 먹는 당근(캬로트)이나 무(라디)를 꼬마 토끼들의 이름에 넣은 것도 돋보이는 재치다.
또한 장이 은행 강도가 되거나 짐이 자기를 위협하는 사냥꾼을 먼저 죽였다는 대목 등에서는 불합리하게 억압하는 ‘강자’들에 대한 따끔한 경고도 숨어 있다. 장과 짐이 기존의 강자 세계에 적응하거나 편입되어 들어가지 않고, 숨어서 자기들의 세상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설정 역시 솔로타레프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