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11년 11월 5일
ISBN: 978-89-491-2137-6
패키지: 변형판 · 168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75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도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마술사 김리리가 들려주는
세 가지 마법 구슬에 얽힌 진정한 우정 이야기
“하루가 그냥 그렇고 그래. 난 존재감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어.
그런데 나를 변화시켜 줄 비밀을 그 애는 가지고 있어.”
『만복이네 떡집』, 『쥐똥 선물』. 『이슬비』 시리즈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동화작가 김리리의 신작 『그 애가 나를 보고 웃다』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김리리는 그간 아이들의 일상을 판타지와 버무려 ‘익숙한 고민거리’를 맛깔스러운 문체로 ‘신선하게’ 표현해내며, 동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번 신작은 뭐든 이뤄 주는 마법 구슬을 가지게 된 주인공 소년이 그 마법 구슬 때문에 서서히 이기적이고, 권력욕에 사로 잡혀 가는 과정을 마치 무서운 옛이야기를 보듯 담아낸다. 주인공 소년 영재는 소심한 성격에, 공부도 못하고, 여드름에 땀 냄새마저 풀풀 풍기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다. 그런 어느 날 영재의 반에 신비한 느낌을 지닌 머루라는 여자아이가 전학 온다. 예쁜 외모에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활발한 머루는 교실에서도 있으나마나한 외계인 같은 존재 영재를 친절하게 대해 주고 둘은 친구가 된다. 영재가 자신의 여드름, 땀 냄새 등으로 고민할 때마다 머루는 영재의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면서, 구슬을 건넨다. 마치 사탕 같은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구슬을 하나씩 얻어 삼킬 때마다 영재의 고민은 거짓말처럼 해결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머루는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고, 예쁘던 얼굴은 급기야 여드름으로 온통 뒤덮인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인이 된 영재는 그런 머루를 멀리하려 하고 자기를 도와준 머루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구미호’ 이야기에서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만복이네 떡집』에서 보여 주어 큰 호응을 얻었던 옛이야기 형식의 현대적 차용을 이번 신작에서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하여 보여 준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구미호의 바람은, 인간이 되어 진정한 우정을 맛보고 싶었던 머루의 소원으로 변형되어 색다른 매력을 뿜는다. 여기에 세 가지 색 구슬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주인공 영재의 모습은, 남을 이겨야 하고, 남보다 잘해야 하고, 쉽게 남을 비웃는 요즘 시대의 아이들에게 가슴 뜨끔한 자극을 줄 것이다. 큰 무대가 배경이 되는 대신, 바로 교실 안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아이들은 마치 내 이야기인 것 마냥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또 판화 기법으로 글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 홍미현의 그림은 데뷔 작가답지 않게 능숙하고 아름다워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 “그 구슬만 내게 있다면…….”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이 안내하는 진정한 우정의 길
영재는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다. 남보다 뛰어나지 못한 성적, 여드름 가득한 외모, 그러니 자연히 성격도 소심해져 교실 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며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영재에게 나타난 머루는 신비한 구슬을 하나씩 줌으로써 영재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마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는 것”처럼 구슬을 얻어 점점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영재는 자기의 고민이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신비한 구슬을 가진 머루를 의심하고 멀리하기 시작한다. 옛이야기에서나 보았던 나쁜 여우가 아닐까 의심하고 따돌리기도 하다가 마지막엔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머루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영재는 권력을 가지게 되자,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며 자기 것만 챙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머루는 비루한 모습으로 변했음에도 영재를 계속 도와준다. 머루의 바람은 한 가지. 바로 진정한 친구를 원했던 것. 이 이야기는 우정이란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게 우정의 참다운 모습이라고 머루를 통해 얘기한다.
■ “나도 힘을 갖고 으스대고 싶어!”
힘을 가지게 되면 자기보다 못한 이들을 무시하고, 그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힘을 과시게 되고, 힘없는 자들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이다. 책 속 주인공 영재도 마찬가지다. 머루의 신비한 구슬 덕분에 힘과 인기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런 머루를 멀리하고 공격한다. 작가는 자신의 어릴 때 기억 한 조각을 떼어내 영재에게 덧입힌다. 초등학생 때 공부도 잘 못하고, 가난하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었던 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주위 친구들이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며 괴롭히자, 단지 공부 못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을 무시하는 건 참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이 오르고, 선생님한테 인정도 받고, 임원도 되고 친구들한테도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더니 그때부터 주변은 공부 잘하고 잘사는 아이들로 채워지고, 예전 친구들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상황이 역전되자, 자존감을 세우려고 했던 노력들이 자신이 가진 힘을 자랑하고 으스대는 모습으로 변한 것에 놀랐던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이 이 동화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이 순수함을 잃고, 강자가 되기 위해 우정까지도 이용하게 되는 모습을 초등학교 교실 안 아이들의 눈높이로 풍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