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he Dolls’ House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8년 4월 5일
ISBN: 978-89-491-4093-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52x206 · 321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비룡소 클래식 21
수상/추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도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루머 고든의 대표작 2편
‘인형의 집’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형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진실을 다룬 동화의 고전
▶“인형 놀이를 하던 여자아이들, 인형 집이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들, 그리고 걸작을 알아볼 줄 아는 문학 비평가들을 위한 작품.” -《뉴욕 타임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루머 고든(1907∼1998)의 대표작 2편이 담긴 『인형의 집』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루머 고든은 20세기 가장 주요한 영국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문학에 대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루머 고든은 성인 소설을 주로 썼지만 뛰어난 어린이 문학 작품도 여럿 남겼다. 복합적이고 오묘한 인간의 마음을 포착해 낸 작품을 많이 썼는데, 특히 어린이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섬세한 인물 묘사가 탁월하다. 이 책에 수록된「인형의 집」과 「부엌의 성모님」두 작품 모두 어린이의 심리를 충실히 재현하는 인물들을 통해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루머 고든은 “책이란 어린이에게 즐거움과 순수한 기쁨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책에는 뭔가 빠진 것이 있다. 어린이들이 언제나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이다.”라고 했다. 덕분에 고든의 작품을 접한 독자들은 순수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뿐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묵직한 감동까지 느끼게 된다.
■ 소망을 지닌 존재들―「인형의 집」
「인형의 집」에서는 생김새도, 만들어진 재료도 전혀 다른 인형들이 한데 모여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 인형들의 주인으로 샬럿과 에밀리라는 여자 아이들이 등장한다. 인형의 집은 사람의 가족의 축소판으로 상상의 세계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인형이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늘 수동적이며 사람의 손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형들의 행복과 불행은 아이들, 그러니까 인간의 손에 달려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인형들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형의 집」에서 그리는 아이들과 인형들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두 세계는 인형의 ‘바람’이라는 것을 매개로 소통하고 교류하게 되며, 작가 고든은 그 ‘이야기’를 놀랄 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하면서도 신비롭게 그려나간다.
(줄거리) 에밀리와 샬럿 자매에게는 작은 나무 인형, 토티를 비롯해 각기 다른 모양과 재질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있다. 에밀리와 샬럿 눈에는 그저 자기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일 뿐이지만 이 인형들은 자기네들끼리 또 하나의 가족이다. 가장인 플랜태저넷 씨와, 플래태저넷 씨 부인 버디, 아이 인형인 애플, 강아지 다너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밀리와 샬럿의 증조할머니가 두 자매에게 물려준 백 년이나 된 토티까지, 이 인형 가족은 함께 모여 살지만, 집이 없어서 슬프기만 하다. 이제 토티의 말대로 집을 갖게 해 달라는 소원을 계속 빌게 되고 마침내 인형들에게도 함께 모여 살 멋진 ‘인형 집’이 생긴다. 에밀리와 샬럿은 멋지게 인형 집을 수리하지만 소파와 의자가 없자 토티를 인형 전시회에 내보내 1파운드를 받을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고 토티는 무료로 전시회에 대여해 주고, 대신 돈을 주기로 했던 이니스프리 아줌마가 예쁜 소파와 의자를 만들어 준다.
인형 전시회에 나간 토티는 거기서 원래 인형의 집에 살던 도도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마치 페인을 만나게 되고 화려한 인형 마치 페인은 토티를 무시한다. 마침내 전시회는 무사히 끝나고 토티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멋진 인형의 집에서 살게 된 플랜태저넷 씨 가족은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토티와 함께 증조할머니의 인형이었던 마치페인이 바로 에밀리와 샬럿한테 배달되어 온 것! 두 자매는 마치페인을 인형의 집에 같이 살게 한다. 하지만 도도한 마치페인은 자기가 인형 집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원래 살던 플랜태저넷 씨 가족을 하인 부리듯 한다. 그러던 중 인형의 집에 켜져 있던 촛불에 애플에게 옮겨 붙자 버디기 나서서 애플을 구하고 자기는 타 버린다. 에밀리와 샬럿은 이제 인형의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뭔가 깨닫고 마치페인을 박물관에 보내 버린다. 도도하고 콧대 높은 마치페인을 위해 바로 가장 적절한 장소로. 이제 인형의 집은 안정을 되찾고, 버디가 없지만 플랜태저넷 씨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의 이야기―「부엌의 성모님」
「부엌의 성모님」은 자기 안에만 갇혀 있는 아이가 그 세계에서 나와 주위 사람들과, 바깥세상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은 굉장히 담담하게, 또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상과의 교류를 거부한 채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아홉 살 소년 그레고리는 혼자 타향을 떠돌며 외롭게 생활하는 가정부 아줌마를 위해 성모님 그림을 손수 만든다. 손수 성화를 찾아나서고, 성화를 만들 각종 재료를 구하는 그레고리가 덤덤하게 서서히 바깥세상으로 첫발을 내딛고 내것을 버리고 남들과 체온을 나눌 줄 알게 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하면서도 따스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줄거리)
아홉 살 그레고리는 좀 특별한 아이다. 엄마한테도 안기지 않는 아이, 자기 물건에는 절대로 손도 못 대게 하는 아이, 어찌 보면 어른스럽게 어려운 말도 척척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본 적조차 없을 정도로 남들과 바깥세상에는 무심한 아이. 그런 그레고리가 손을 내미는 대상은 세상에 버려지고 학대받은 고양이나 혼자 몸으로 타향을 떠도는 외로운 외국인 우크라이나 가정부 아줌마뿐이다. 그레고리는 하나도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아줌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비슷한 슬픔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어스름이 깔릴 무렵, 엄마가 아직 안 돌아오셨을 때’ 느끼는 슬픔과 텅 비고 휑뎅그렁한 집에 여동생과 단둘이 남겨졌을 때의 외로움은 그레고리가 살아온 많지 않은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이고 단단하게 굳어가서 딱딱한 껍데기가 되어 버린다. 그 속에서 그레고리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갇혀서 나올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할 줄 모르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그런 그레고리는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허락했던 마르타 아줌마의 슬픔을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마르타 아줌마가 떠나 버리면 이 안정되고 행복한 생활은 또 다시 깨지고 말 것이니까. 그레고리는 아줌마가 부엌에 놓을 성모님이 그려진 성화가 없어서 슬프다는 것을 알고는 성화를 사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그 가격이 엄청나다는 것을 안 그레고리는 이제 그 성화를 직접 만들기로 한다. 남들과는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않던 그레고리는 모자 가게에 가서 천을 얻어 오기도 하고, 사탕 가게에 가서 사탕을 외상으로 가져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가장 아끼는 그림의 일부분을 오려내기까지 한다. 마침내 성화는 완성되고 그림을 본 엄마 아빠, 그리고 아줌마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자기의 다락방에 갇혀 세상과 단절되었던 그레고리의 마음이 따뜻하게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