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2년 10월 9일
ISBN: 978-89-491-6064-1
패키지: 양장 · 92쪽
가격: 7,500원
시리즈: 난 책읽기가 좋아 3단계 24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책교실 권장 도서,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추천 도서
왕대골의 전설 속으로
자연과 환경,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책
‘수몰지구’라는 말을 들어 봤나요? 댐을 만들기 위해 물을 가두다 보면 강 주변 마을들이 물에 잠기게 되지요. 왕대골은 바로 그런 마을 중의 하나예요. 왕대골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해요. 하지만 그곳에는 아직 남겨진 것들이 많지요. 사람들이 잊어버리거나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말이에요.
왕대골의 전설 속으로
푸르고 싱그럽던 마을이 댐 건설로 뒤숭숭해진다.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마을 토박이인 할머니마저도 아들을 따라 나선다. 집과 키우던 고양이, 수호신처럼 섬기던 장독을 두고 미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할머니. 하지만 아들과의 실랑이 끝에 결국 이들을 뒤로한 채 떠난다. 할머니가 떠난 집에 동그마니 남겨진 고양이 냐오와 잉어 그림이 그려진 장독대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겨우 살아간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냐오는 모든 것이 심드렁하다. 먹는 것도 깐죽이고 자기를 괴롭히는 족제비와의 관계도. 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두 인물이 있다. 하나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장독이고 호되게 꾸짖고 때론 위안을 주는 왕대나무다. 이 둘은 이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이뤄왔던 든든한 버팀목이다. 결국 냐오를 위해 왕대나무는 자신의 희생을 감내한다. 꽃을 피우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꽃을 피워 떠났던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에 다시 마을을 찾은 할머니는 냐오를 서울로 데려간다. 또 왕대골을 취재하러 들른 기자들은 장독이 귀한 물건이라는 걸 알아채고 할머니께 서울로 옮겨줄 것을 약속한다.
자연과 환경,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책
사람들의 편의와 필요에 의해 점점 파괴되고 변형되는 자연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행위들은 과연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까? 아님, 잃어 가는 것들만 더 늘려 놓는 걸까? 이 책은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잊고 있는 자연, 물건, 동물 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칫 무겁거나 교훈적으로 전개 될 수 있는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는 우화형식으로 풀어냈다. 고양이 냐오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바로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의 고통이다.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과 환경 또 버려지는 옛 것들의 쓸쓸함. 잉어가 그려진 장독 또한 우리의 전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뿌리이자 다음 세대로까지의 연결고리인 전통은 세상 밖으로 끊임없이 말을 하려하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다행히 왕대나무가 환하게 꽃을 피운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 세상 사람들과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왕대나무는 몸소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될 자연과 전통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담백한 문장과 맑은 그림
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후 꾸준한 작품 발표를 해 왔던 홍종의가 처음 책을 펴냈다. 이미 향토적이고 담백한 문장을 인정받아「부처님 코는 어디로 갔나」로 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에서도 단정하고 깔끔한 문체로 감정의 여백을 잘 살렸다. 절제된 묘사와 감정의 기복을 살린 대화문은 애잔한 분위기를 돋운다. 이에 동물들의 재미난 표정이나 동선을 잘 살려낸 그림은 에칭으로 작업해 그 섬세함이 돋보인다. 더욱이 마을의 풍경과 쓸쓸함을 맑고 밝은 채색으로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왕대 골은 물에 잠겼지만 그 안에서 살아오던 사람들과 풍경 그리고 전설은 독자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