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데라무라 데루오 | 그림 와카야마 시즈코 | 옮김 김난주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3년 7월 28일
ISBN: 978-89-491-7066-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52x200 · 208쪽
가격: 7,500원
시리즈: 비룡소 걸작선 33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
우리 집엔 임금님이 몇 명이나 있지?
“여봐라, 동물원에 가고 싶다. 어서 가자꾸나.” 누구의 말소리일까요? 누군 누구겠어요. 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임금님이지요. 착한 일을 하고 싶다며 엉터리 노래를 불러 주고, 동물들이 불쌍하다며 우리에서 꺼내 주는 임금님. 이렇게 고운 마음씨를 가진 임금님은 누굴 닮았을까요? 잘 모르겠다면 거울을 한번 보세요.
1961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되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100쇄 이상 판매되며 일본 어린이 동화의 전설로 인정받고 있는 데라무라 데루오의 작품, 「임금님」시리즈 중 세 권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데라무라 데루오는 그전까지 어른들의 시각에 입각하여 교훈만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던 일본 동화계의 풍토를 깨고 처음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를 써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임금님」시리즈는 출간과 동시에 마이니치 신문사의 출판 문화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는 거의 읽지 않은 어린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시리즈로 대궐에 살면서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임금님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천방지축 임금님의 좌충우돌 하루하루
「임금님」시리즈의 임금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근엄하고 권위 있는 임금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달걀 요리랑 초콜릿만 좋아하는 편식쟁이에다,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거짓말쟁이에다, 신하들에게 떼만 쓰는 떼쟁이다. 작가는 위엄을 부리려 하지만 늘상 자기밖에 모르고, 남을 곤란하게 하는 임금님의 모습을 유아기에 자기중심적인 특성을 지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더구나 한 가정에 아이가 하나 둘뿐인 요즘 어른보다 더 떠받들어지는 세태를 잘 꼬집어 내어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앞뒤 가리지 않고 하려들고,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잘 모르거나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임금님의 모습은 영락없이 천방지축 아이들의 모습과 닮았다. 그런 임금님의 뒤에는 영의정과 박사, 전의, 요리사, 선생님이라는 든든한 신하들이 있다. 임금님이 아이들이라면 신하들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는 조언을 해 주는 영의정의 역할도,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박사의 역할도, 아플 때는 돌봐주는 전의의 역할도,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요리사의 역할도, 뭐든 가르쳐 주는 선생님의 역할도 하는 존재이다. 신하들은 임금님 앞에서는 늘 쩔쩔매는 듯이 보이지만 떼를 쓰거나, 말썽을 부리는 임금님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남 몰래 다독여 주기도 하고, 재밌는 놀이도 함께 하는 멋쟁이 어른들이다.
스스로 깨닫는 것보다 더 큰 가르침은 없다
「임금님」시리즈에는 특별히 독자들에게 교훈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편식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어기거나, 떼를 쓰는 임금님의 모습 등 아이들에게 금지되고 있는 행동들이 에피소드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 되지만 대신 이런 임금님의 잘못된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그러면 안 되는데.’라며 푸훗 웃음을 터트리게 되고 자신이 할 수 없던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된다. 하지만 3권의 하트 별과의 약속을 어겨서 꽃과 거미에게 쫓기는 임금님 이야기나, 2권의 닭들을 풀어줘 놓고도 모른 척 거짓말을 했다가 요리사에게 들키고 부끄러워하는 이야기 등 모든 에피소드들은 아이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탈무드의 말처럼 거짓말은 나쁘다는 말 한 마디보다 임금님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깨우치며 더 큰 알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