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3년 3월 1일
ISBN: 978-89-491-8019-9
패키지: 양장 · 204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20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동화 읽는 가족 추천 도서, 문예진흥원 선정 우수문학예술도서, 아침햇살 선정 좋은 어린이책,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도서, 열린어린이 선정 좋은 어린이책, 중앙독서교육 추천 도서, 쥬니버 오늘의 책, 책교실 권장 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 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2003년 제9회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 수상작
아파트 담 너머 환상 세계 ‘라온제나’로 숨는 아이들
영모가 사라졌다. 영모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사라지기 전날 밤 아버지한테 맞아 자기를 찾아온 영모를 놀이터에서 만난 이후로 병구는 영모를 보지 못했다. 집, 학교, 피시 방, 만화 방. 병구가 찾아본 어디에도 영모는 없었다. 순간 병구는 아파트 지하 계단을 떠올렸다.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그곳에서 검은 고양이 담이와 함께 자주 웅크려 앉아 있던 영모의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거기엔 영모 대신 담이만이 병구를 기다렸다. 담이는 병구는 보자마자 꼬리를 휙 흔들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정말 영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영모를 주인공으로 하여 거침없고 속도감 있는 서술로 시종일과 읽는 사람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명쾌한 짜임새가 돋보이고 거침없는 상상력의 신선함과 특유의 내적 논리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근년에 드믄 수확으로 평가될 만하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어린 시절 특유의 심리 상태와 그 극복을 통하여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 나는 당당하게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라는 성장 소설다운 결말 또한 이 작품의 격조를 높여 주는 미덕의 일부이다. – 김화영(문학 평론가)/심사평 중에서
이 작품이 보여 주는 상상력은 발랄하고 따뜻하다. 모든 불행한 아이들이 꿈꾸는, 사랑과 평화로 충만한 세상과 불행하고 부당한 현실의 세상 사이에 담을 하나 세워 두고 그것을 넘나드는 솜씨가 유연하고 능란하다. 이 작가는 생동감 있는 묘사체의 문장, 단단한 구성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 ―오정희(소설가)/심사평 중에서
단단한 구성과 문장력, 인물의 갈등을 비교적 섬세하고 치밀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결핍(아버지의 부재)으로 인해 당당하지 못한 아이로 지내던 병구와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증오와 적개심을 품고 사는 영모가 만나 상처를 치유해 가는 이야기다. 가정 속 의 폭력을 동화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데 이 작품은 아버지의 폭력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증폭시켰다고 하겠다. 판타지 기법으로 설정된 가상의 공간이 설득력 있게 읽힌다. 판타지 공간으로 가는 기법도 꽤나 재미있다. 판타지 공간인 ‘라온제나’가 갈등 구조를 가진 또 하나의 공간으로 살아 있다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곳에서 영모가 계절과 함께 변화되는 모습은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황선미 (동화작가)/ 심사평 중에서
아버지로 대변되는 어른 세계와의 갈등 그리고 화해
이 책은 동화 작품으로는 드물게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맞으면서 컸던 영모 아버지는 어느새 자기도 아들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하며 영모가 그 꿈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면이 보이면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이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인 동시에 아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또는 이해하려 들지 않는 심리적인 폭력이다. 또한 제2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학교 선생님 역시 병구가 영모가 있는 라온제나를 암시하면서 “가까운 데 있는데 알려고 하지 않아서 알지 못하는 곳”이라고 힌트를 주었을 때, 그저 “다른 세상은 제쳐 두고 이 세상 안에서 영모가 갈 만한 나쁜 곳”이나 찾자라고 대꾸할 뿐이다. 선생님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알려고 하지 않아서 갈 수 없는 세상”의 존재다. 아들인 영모 또한 아버지의 마음을 전혀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학교-가정-학원으로 연결되는 현실 생활에서 주인공 영모가 가지는 심리적 압박감을 즐거운 나라는 뜻의 판타지 세계 라온제나와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현실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판타지 세계 ‘라온제나’가 보여 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적 변화를 바탕으로 제물로 바쳐진 아이에서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서 완벽한 숙녀’로, 다시 ‘마음이 편안해지고 뭐든지 아름다워 보이는 할머니’로 변하는 로아의 이야기, 학대를 참다못해 ‘빨리 어른이 되고 빨리 늙어서 죽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되었다가 ‘희망을 얻어 젊어지고 싶어서’ 젊은 남자로, 결국은 친구인 ‘나’를 생각하며 본래의 아이로 되돌아온 영모의 이야기는 나쁜 현실을 보여 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라온제나에서 아이의 세계를 체험한 아버지의 후회, ‘내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 자신을 좀 더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영모의 깨달음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이 아니라 함께 한걸음씩 다가서야 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