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It could always be worse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6년 3월 2일
ISBN: 978-89-491-9115-7
패키지: 양장 · 32쪽
가격: 11,000원
시리즈: 세계의 옛이야기 23
마고 제마크의 세 번째 칼데콧 상 수상작
시끌벅적 좁은 우리 집에도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요?
마고 제마크는 미국 도서관 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가 해마다 미국에서 발행된 그림책 중에 가장 훌륭한 책에 수여하는 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받은 일러스트레이터다. 1970년에 남편 하브 제마크가 글을 쓴『어리석은 판사』로, 1974년에는『더피와 악마Duffy and the Devil』로 칼데콧 상을 받았다.
마고 제마크가 이스라엘 옛이야기를 각색하고 그림을 그린『우리 집은 너무 좁아』는 1977년 그녀에게 세 번째 칼데콧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책에는 가난하고 비참한 가족의 생활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좁은 집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각종 세간이나, 좁은 선반 위에 새우잠을 청하는 아이들 등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다. 미국의 경제 공황기에 실직자 가정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찾는 부모님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묻어나는 듯하다.
마고는 아이들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을 봐야 할 자격이 있고, 그 작품은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식은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도록 그려져야 하고, 침대는 아이들이 바로 들어가 잘 수 있도록 사실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그녀의 철학이 잘 담겨 있다.
이 책은 너무너무 시끄럽고 북적대는 집에 사는 한 남자가 랍비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는 익숙하고 단순한 옛이야기다. 그러나 그동안 어떤 책도 이처럼 아름답고 감칠맛 나는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했다. -《혼 북》리뷰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에게 던지는 충고
이 책은 집이 너무 좁아 불평하는 한 남자가 랍비를 찾아가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남자가 랍비의 조언에 따라 가축들을 하나씩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자 집은 점점 더 난장판으로 변해간다. 마침내 집이 더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을 때, 랍비는 동물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하고 남자와 그의 가족은 평화를 되찾는다.
원제인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It could always be worse)”라는 말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이 책은 가난하고 불행한 풍경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집이 커진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줄어든 것도 아닌 똑같은 삶이, 랍비의 충고를 모두 따른 후에는 ‘달콤한 삶’으로 바뀐다. 랍비는 단지 그의 집을 훨씬 더 소란스럽고 불행하게 만들었다가 되돌려 놓은 것뿐이었다. 랍비의 충고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랍비가 남자에게 돈과 음식과 집을 제공했다면 남자는 만족스럽고 행복했을까? 아무리 멋진 옷을 사고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인간에게 과연 어떤 충고가 행복을 줄 수 있을까?
같은 상황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삶이 되기도 하고 달콤하고 평화로운 삶이 되기도 한다. 이스라엘 옛이야기들이 주는 교훈이 그렇듯, 이 책의 랍비 역시 주어진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가르침을 주었다. 가난하고 불행한 남자뿐만 아니라 2006년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표현된 우리 집
?『우리 집은 너무 좁아』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굵은 선이 주는 생동감이다. 좁은 집 안에서 사람과 동물이 뒤엉킨 엉망진창의 상황마다 실감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비좁은 집 안에 날뛰는 암소, 엎어진 국솥, 날아다니는 닭들을 눈으로 좇다 보면, 우당탕탕 꼬꼬댁 음매 하고 소리가 날 듯하다. 여기에 보통의 어린이 책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적갈색과 카키색 등의 어두운 톤으로 그 답답한 상황의 심리를 드러낸다.
여섯 아이와 부부와 어머니의 표정과 동작은 하나하나 살아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이들의 모습에는 제마크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다. 더욱이 사람들 사이사이로 동물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 표정은 더욱 다양해져서, 다음 장을 얼른 넘겨보고 싶어진다. 차곡차곡 쌓였다가 한순간 통쾌하게 해소되는 단순한 이야기는 유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보인다.
이 책을 대하는 어린이들은 ‘가난하고 불행한 남자가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동물들이 집 안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긴장감,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기대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호탕하게 해결되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동시에 삶을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