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미혜 | 그림 요안나 콘세이요 | 원작 빌헬름 그림
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14년 10월 31일
ISBN: 978-89-491-9139-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210x293 · 68쪽
가격: 15,000원
시리즈: 세계의 옛이야기 38
분야 그림동화
수상/추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도서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의 섬세한 그림과
동시인 김미혜의 아름다운 글이 만나
새롭게 탄생한 그림 형제의 독일 옛이야기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옛이야기를 완성도 높은 글과 그림으로 재해석한 「세계의 옛이야기」 시리즈 독일 편 『빨간 모자』가 (주)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빨간 모자』는 ‘빨간 모자’ 소녀가 할머니 집에 갔다가 음흉한 늑대에게 잡아먹히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살아나 할머니와 함께 늑대를 해치우는, 무시무시하고도 통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전개와 결말로 각색되어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늑대에게 잡혀 먹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는 프랑스 ‘샤를 페로’의 판본과 늑대에게 된통 혼이 난 빨간 모자가 할머니와 함께 늑대를 해치우는 독일 ‘그림 형제’의 판본이 대표적이다. 이 그림책은 동시인 김미혜가 그림 형제의 판본을 따라, 원전의 풍성함은 살리되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를 반영하여 자신을 지킬 힘을 갖게 된 빨간 모자의 성장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 재해석하였다. 시적인 묘사, 아름다운 말맛이 도드라지는 글은 노랫말처럼 리듬감 있게 읽혀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김미혜 작가의 글과 조화를 이루는 섬세하고 세련된 그림을 완성한 요안나 콘세이요는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폴란드 작가로,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 등에서 책이 출간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빛바랜 종이 위에 수놓은 듯한 섬세한 연필선과 초록, 빨간 색연필이 따듯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전한다. 강조와 암시, 상징이 더해진 과감하고 참신한 구성이 돋보이는 서른한 장의 그림이 모여 화집을 방불케 한다. 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모든 그림이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면서도 그림 곳곳에 볼거리와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 볼수록 더 깊이 빠져 드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모면하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시적인 묘사와 아름다운 글로 풍부한 감수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빨간 모자』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빨간 모자’라 불리는 소녀가 살았다. 할머니가 만들어 준 빨간 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빨간 모자’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았다. 어느 날, 빨간 모자는 아픈 할머니께 음식을 가져다 드리러 간다. 한눈팔면 안 된다는 엄마의 당부를 뒤로 하고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빨간 모자가 숲 속 새들을 따라 노래하며 걷고 있을 때, 늑대가 불쑥 나타났다! 하지만 빨간 모자는 늑대가 조금도 무섭지 않다. 빨간 모자는 늑대의 물음에 할머니 집의 위치를 또박또박 일러 준다. 빨간 모자가 예쁜 꽃들에 한눈팔린 사이, 늑대가 먼저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할머니를 한입에 꿀꺽! 늑대는 할머니의 침대 속에 들어가 빨간 모자를 기다린다. 한편, 빨간 모자는 한참을 깊은 숲 속에서 헤매다가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늑대가 할머니를 흉내 내어 말한다. “빨간 모자야, 어서 이리 오렴.” 늑대는 빨간 모자마저 꿀꺽! 삼켜 버렸다. 때마침 이웃에 사는 사냥꾼이 할머니 집에서 나는 코 고는 소리를 이상히 여겨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할머니 침대에 늑대가 떡하니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꿈틀꿈틀한 늑대 배를 가위로 삭둑삭둑 자르자, 빨간 모자와 할머니가 나왔다. 빨간 모자는 늑대 배 속 가득 돌멩이를 채워 넣고, 할머니는 늑대 배를 꿰맨다. 잠시 후, 잠이 깬 늑대가 절룩절룩 비틀비틀 우물로 걸어가 풍덩! 빠져 죽고 만다. 할머니는 빨간 모자가 가져온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린다. 빨간 모자는 ‘웃는 늑대가 으르렁대는 늑대보다 무서운 법’이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새기고 다시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잘 알려진 옛이야기인 『빨간 모자』는 판본도 다양하다.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는 민담으로 전해져 온 이 이야기를 『교훈을 곁들인 옛이야기 Histories ou Contes du Temps passé』에 실어 최초로 출간했다. 샤를 페로의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잡혀 먹는 걸로 이야기가 끝난다. 민담 속 빨간 모자가 꾀를 내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구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말이다. 이는 당시 프랑스에서 성적으로 문란했던 사교계 여성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백 년 후 독일 작가 그림 형제는 다른 결말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림 형제의 『빨간 모자』에서는 빨간 모자가 음흉한 늑대 따위에 희생되지 않는다. 늑대에게 된통 혼이 난 빨간 모자는 할머니와 함께 통쾌하게 늑대를 해치우기까지 한다. 두 번 다시 늑대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슬기롭고 용감한 아이가 된다.
김미혜 작가는 그림 형제의 판본을 따라, 원전의 풍성함은 살리되 자신을 지킬 힘을 갖게 된 빨간 모자의 성장을 보여 주는 이야기로 재해석하였다. 특히 빨간 모자가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서 꽃과 나비들을 만나 노니는 장면에선 아름다운 묘사가 특징적이고, 늑대가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잡아먹는 장면에선 긴장감이 점진적으로 고조되며 상황에 대한 암시적인 묘사가 인상적이다. 각 상황의 분위기를 여실히 전하는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와 리듬감 있는 문장이 노랫말처럼 읽혀 풍부한 감수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빨간 모자』가 탄생했다.
■ 숨겨진 이야기와 볼거리가 가득한, 섬세하고 따듯한 그림
폴란드 작가인 요안나 콘세이요는 김미혜 작가의 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참신한 『빨간 모자』를 완성했다. 머릿속에 영감이 떠오르는 순서대로 각 장면을 완성했다는 이 그림책은 서른한 장의 작품이 모인 화집 같다. 빛바랜 종이 위에 섬세한 연필선과 초록, 빨간 색연필이 더해져 따듯하고도 아날로그적인 감각을 전해 준다.
표지에서 앞 면지, 표제지, 본문, 뒤 면지, 뒤표지까지 모든 그림이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고 있어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다. 표지에선 늑대와 빨간 모자 소녀가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자세를 취하고 있다. 늑대가 빨간 리본을 밟고 있는 게 범상치 않다. 실제로 빨간 리본을 이 그림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표지의 문양을 잘 들여다보면 미로 속에 빨간 모자, 사냥꾼, 늑대가 미로 속에 숨어 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암시해 준다. 표지를 열면 앞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산하고 울창한 숲을 걸어 들어가면 한 마을에 도착한다. 빨간 옷을 입은 빨간 모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숲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같은 풍경 속에 등장인물 또한 실제 같다. 꽃, 나비와 천진하게 뛰노는 빨간 모자, 음흉한 눈빛과 미소를 한껏 머금은 늑대, 무기력한 할머니, 수더분한 사냥꾼까지, 옷차림부터 미세한 주름까지 놓치지 않은 세밀한 연필선은 그저 놀랍다. 작가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살았던 아름다운 숲과 귀여운 동물들, 따듯한 할머니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고 한다. 과감한 장면 구성 또한 특징적인데, 인물의 상반신만 비추는가 하면 다리에만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시선이 독자를 응시하고 있기도 하다. 빨간 모자가 잡아먹힌 상황을 어두운 풀숲을 떠나는 새들의 모습을 통해 암시하기도 하는 등 강조와 상징의 기법이 다양하게 쓰였다.
그림책 속 거의 모든 장면에 빨간 리본이 등장한다. 빨간 모자의 빨간색 모자는 이야기 초반부에 바람결에 날아가 버리지만 빨간 리본이 빨간 모자의 이미지를 충분히 연상시켜 주며, 빨간 모자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 준다.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각 장면에 등장하는 빨간 리본을 따라가며 빨간 리본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그림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에 숨은 볼거리와 숨겨진 이야기가 그득해서 보면 볼수록 더 깊이 빠져 드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