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16년 3월 17일
ISBN: 978-89-491-6189-1
패키지: 양장 · 88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난 책읽기가 좋아, 난 책읽기가 좋아 주홍 단계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줏대있는 어린이 추천 도서, 2023 진천의 책
제5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가족 소풍을 한 번도 못 가 봤다고?”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날카롭게 그려낸
우리 시대 가족 이야기 2편
․ 기존 가족 판타지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가족 이야기! 아이와 함께 부모가 꼭 읽어봐야 할 놀라운 작품! -김진경(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1회 김소민의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2회 성완의 『다락방 명탐정』, 3회 『책 읽는 강아지 몽몽』, 4회 『두근두근 걱정 대장』에 이르기까지, 매년 신선한 작가와 작품으로 저학년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켜 온 비룡소 문학상이 5회를 맞아 김진나의 『디다와 소풍 요정』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디다와 소풍 요정』은 엄마, 아빠, 디다 3인 가족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단면으로 잘라 각각 2편의 단편에 담은 단편집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오늘날 가족 안에서 어른과 아이가 맺고 있는 관계의 현실, 날것의 가족의 모습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 소풍을 한 번도 가지 못한 디다가 소풍 요정의 도움으로 마침내 소풍을 가게 된 날 일어난 일들(「디다와 소풍 요정」)과 디다가 기억을 잃어버린 날 생긴 일들(「기억을 잃어버린 디다」)을 통해 작가는 ‘가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론 날카롭게 해부하며 가족 안 어른과 아이의 세계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심사위원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은 ‘디다와 소풍 요정’을 응모작 191편 가운데 단연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으며, “가족 판타지의 외형을 지닌 가족 속에 나 있는 일상화된 균열을 희화적으로 드러낸 엄청난 문제작”이라며 괴물 같은 작가 김진나의 탄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어른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함께 담겨 있는” 수작이라며 만장일치로 대상작을 선정했다. “아이와 함께 엄마 아빠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는 김진경 심사위원의 말처럼 오랜만에 문학적 향취가 빛나는 저학년 동화가 출간됐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까지 동시에 사로잡을 매력과 미덕을 지닌 작품이다.
■ 심사평 및 추천사
가족 판타지의 외형을 지닌 가족 속에 나 있는 일상화된 균열을 희화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그 균열을 통해 외형과는 다르게 내용적으로 와해되어 있는 핵가족과 핵가족이 맺고 있는 사회관계의 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탄탄한 구성과 개성 있는 인물들, 어른들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김리리(동화작가)
이 작품 속 가족의 모습은 냉정하지만 현실적이다. 이미 작품과 유사한 세계에 살고 있는 어린이는 작가의 독특한 대화 코드에 쉽게 접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전개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놀랍다. -김지은(아동 청소년 문학 평론가)
디다와 소풍 요정
기억을 잃어버린 디다
■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떤가요?
디다네 가족은 외형적으로는 가족 판타지를 충족시킬 만한 나무랄 데 없는 핵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일상의 단면을 잘라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족 판타지와 거리가 멀다. 표제작 「디다와 소풍 요정」에서 디다는 어른들의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가족 소풍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가족 소풍을 가기 전날 소풍을 방해하는 온갖 요소를 점검하고 친구가 알려준 대로 풍선껌을 씹으며 소원을 빌어 소풍 요정을 불러낸다. 그런데 이 소풍 요정은 소풍을 도와주기는커녕 배고프다고 샌드위치와 김밥에 꼭 필요한 재료들을 먹어치운다. 소풍을 도와 달라는 요구에는 “한숨 자고”라는 대답을 한다. 엄마 아빠 역시 마찬가지이다. 샌드위치와 김밥에 중요한 재료가 빠져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 디다에게 엄마 아빠는 “이 닦았니?” 하는 물음으로 동문서답한다. 가족 사이에 일상적으로 오가는 동문서답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족의 어긋난 관계들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 장면 1
디다: 아빠 양복을 입고 어떻게 캐치볼을 해요?
아빠: 사람은 제대로 차려입고 다녀야 체면을 지킬 수 있는 거야.
디다: 아빠, 저 어때요? 제대로 차려 입었죠? 밤이 되면 근사할 거예요.
아빠: 그래, 보기 좋진 않지만 안전해 보이는구나.
# 장면 2
디다: 엄마, 저기 커다란 나무가 무예요? 잎이 반짝거려요.
엄마: 디다, 창문 올려. 수목원에 가면 자생식물 2,000종에 외래식물도 3,000종이나 볼 수 있어.
서로의 동문서답을 너무 쿨하게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은 섬뜩하고 서늘한 느낌까지 준다. 작품 속 가족의 모습은 냉정하지만 현실적이다. 재미있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으나 문체는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한다. 신인 작가 김진나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선보인다. 우리 동화의 많고 많은 가족 이야기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공감이 가는 수작이다.
■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어른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제작
두 번째 단편 「기억을 잃어버린 디다」에서 디다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기억을 잃어버린다. 아빠는 디다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종이옷을 만들어 입혀 주고 디다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종이옷에 적어 달라고 한다. 집에 온 밥솥 수리 기사는 기억을 잃어버린 척했던 자기 어린 시절 경험에 비추어 디다가 기억을 잃어버린 척하는 걸로 단정해 ‘척하는 아이’라고 적고,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종이옷에 적힌 내용들이 너무 안 좋아 도와줘야겠다며 엉뚱하게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라고 적어 주는 식이다. 어른들은 모두 자신의 경험이나 시각으로 디다를 판단하고 재단한다. 그래서 결국 디다의 종이옷에는 말 잘 듣는 아이이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바람이 잔뜩 적혀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인물들의 대화를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지만 행간을 읽다 보면 마냥 웃을 수만 없다. 특히 종이옷에 적힌 디다에 대한 설명은 자신의 시선과 요구에 맞춰 정체성을 세우라는 어른들의 강요로,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작가는 어른들이 아무리 길들이려고 해도 아이들이 자신의 보물 상자를 잃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갔으면 하는 바램을 이 단편에 담아냈다. 아이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디다의 마음이 되어 소풍 요정과 신나게 놀거나 보물 상자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고, 어른들은 깔깔거리며 웃다가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