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한 기사를 보았다. 초등학생 때 높았던 도덕심은 중학생 때 바닥을 친 후 곳등학생 때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된다는 기사였다. 때문에 초등학생 때 바르게 도덕성을 쌓아 놓아야만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예전엔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서도 도덕 교육을 많이 받았다. 횡단보도 건너는 교육이나 길에 함부로 휴지를 버리면 안되는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부터 시작했다. 그런 교육은 그렇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도 차근차근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이론으로 배운 것은 금방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어 도덕심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사춘기에서 비롯되는 반항심 때문이 아닐까…싶다. 사춘기, 모든 현상과 사건, 사물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때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깊이 사유하는 아이들은 그다지 없다. “왜” 해야만 하는지, “왜” 그런지 궁금은 하지만 그냥 넘기는 것이다. <만들어진 나!>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내 행동에 대한 이유에 대하여.
<만들어진 나!>는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이런 제목은 왠지 딱딱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면 나오는 작가의 머리말 페이지를 보는 순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서체와 다양한 크기, 뭔가 대단한 입담처럼 보이는 작가의 머리말 덕에 딱닥하고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이 재밌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본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 생각은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규칙”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한다. 규칙이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순간 그 사회에 의해 바로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쓰였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다. 정말이다. 나 또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자유의지가 아닌,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단다.
“규범의 고유한 삶은 규범이 완전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규범을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이미 생겨난 규범을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든 규범들은 인간과 무관하게 자기만의 삶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55p
처음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혼자 살아 움직인다니, 정말 놀랍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초원에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사회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이 체계는 그 사회 안의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동시에 체계가 그 안의 사람들을 형성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형성한다.”…125p
이제 보니 이 책은 단순한 사회책이 아니다. 철학책이다.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여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책이다. 청소년들은 그들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이 책을 조금 어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내가 어떻게 형성되고 왜 규칙과 규범들을 지켜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