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지나가는 버스의 광고판에서였던 것 같다. 책이 영화화되고 그 영화를 광고하는 간판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는 원작 동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영화가 나오다 보니 오히려 고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는 잘 없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거나 청소년 판타지, SF 등의 영화 뿐이다. 그러니 “구스범스”의 영화화는 굉장히 신선했다.
구스범스의 표지는 보통의 아이들 동화책에 사용되는 밝고 맑은 색이 아닌, 뭔가 우중충하고 괴기스러운 색감과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딱 보기에도 스릴러나 공포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제목이 그것을 확신시켜 준다. 한창 현실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낄 나이, 그 상상력을 마구 자극시켜줄 만한 책이 바로 <구스범스> 시리즈이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벌써 20번째가 나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20권을 어떻게 읽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별 부담없이 제목이나 표지, 뒷표지 등의 소개글을 보고 마음에 드는 권을 골라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다.
20번째 권 “지옥의 유령 자동차”를 읽으며 든 생각은, 충분히 영화화 될 수 있는 책이었구나…하는 점이었다. 그리 길지 않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점과 함께 공포를 자아내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자동차를 너무나 좋아하는 미첼, 아빠의 낡고 오래 된 차 대신 새 차를 타고 싶은 보통의 남자아이이다. 어느 날 아빠의 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키고 이때를 이용하여 미첼은 아빠가 새 차(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차)를 구입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만나게 된 차가 바로, 신형 스포츠카였다. 차는 아주 깨끗하고 완전 새것이었지만 그 차의 주인은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을 들게 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굉장히 싼 값을 제시하는 주인 덕분에 미첼네는 그 차를 구입하게 된다.
한시도 차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미첼은, 그때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차에서 들리는 소리, 자신도 모르게 차에 오르게 되고 저절로 잠기는 차 문, 괴기스러운 라디오 소리까지. 몇몇의 알 수 없는 혼란한 징조가 있었지만 미첼은 자동차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다. 과연 미첼은 이 자동차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부분에 여러 복선들도 있지만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들 책을 얕볼 수는 없다. 책은 복선인 듯 보여주는 근거들을 무시하고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며 계속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엔 책을 읽으며 얻는 교훈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저 책을 읽는 즐거움 같은 것들은 가볍게 무시되고 꼭 지식을 얻기 위해서나 윤릭적인 교훈을 얻기 위해 책을 읽어야 했던 분위기였다. 다행히도 우리 엄마는 그런 분이 아니어서 난 SF 동화 시리즈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읽은 자산이 지금까지도 무척 유용하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초등학교 1학년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중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내고, 책에 빠져들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을텐데 정말 안타깝다.
20번째 이야기, “지옥의 유령 자동차”는 끝이지만 책은 끝이 아니다. 뒷부분엔 다음 권의 맛보기 페이지가 있어 다음 권을 읽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인다. 굉장히 재미있는 구성이다. 거의 대부분 아파트에 살아 지하실의 공포를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1번째 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