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모순된 평등

시리즈 블루픽션 20 | 로이스 로리 | 옮김 장은수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5월 18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6건

제목: 모순된 평등

 

주인공인 조너스가 사는 마을은 사랑, 슬픔, 고통, 기쁨, 외로움, 행복 등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이 아닌 느낌만 아는 세상, 선택과 고민 등과 같은 것들을 할 필요가 없이 태어남과 동시에 직업과 같은 모든 것이 결정 되는 세상이다. 기억 보유자로 뽑힌 조너스는 점점 이런 세상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다.

처음에는 이런 세계에 대해 피부색이나 언어 등 어떠한 차별도 없는 평등함을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상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 자신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과연 끔찍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 그 조그마한 우물 안에서 지내던 개구리가 우물 바깥의 세상을 보게 된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 것처럼 조너스가 기억 보유자로 선정되면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자,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하게 살아오던 삶에 회의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런 세상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기억 전달자’라는 책은 처음 전개속도가 느리다고 생각되어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운 내용들이 나오며 조너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여러 가지 변화들의 등장과 죽음을 임무 해제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등, 이러한 비유적 표현들을 앎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책에 빠지게 되었다. 또한 작가가 사용하는 표현들 중 글씨체와 글씨 크기에 변화를 주어서 책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었던 게 집중력을 좀 더 상승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조너스가 사는 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기회를 얻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나타나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정말 평등한 기회를 얻고 공평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욕을 억제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임무 해제, 즉 안락사를 시켜서도 안 되고 자신의 아이를 직접 낳고 키울 수 있게 해주며 장애인이 태어나도 죽이지 않아야 하지 않았을까?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도록 해주는 게 진정 평등한 사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기억 전달자’라는 책을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모르고 살아간다. 아니, 감정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고 살아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들, 즉 우리들은 태어나서 많은 감정들을 배우고 느끼며 살아가지만 바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신들의 감정을 죽이고 순응하며 살아가야 할 상황과 일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고의적이든 고의적이지 않든 조너스의 마을처럼 감정 없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감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자신의 진짜 감정들을 다시 되찾았으면 한다.

이 ‘기억 전달자’는 세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실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비유적으로 가볍게 표현한 최고의 소설이 아닐까 싶은 책이었다. 단지 소설로 재미를 주고 끝내는 게 아닌, 문제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주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인 것 같다. 감정과 자유, 색깔 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깨달아보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