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그림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수지 작가의 <강이>를 만났습니다.
이수지 작가는 <파도야 놀자>와 <거울 속으로>라는 책을 읽었기에 이미 친숙한 작가였습니다.
아무리 넘겨봐도 글이 없이 그림만 덩그라니 놓여있어서 재미가 없는듯 싶다가도, 또 어떻게 보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있어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만난 <강이>에는 글밥이 있다니…오히려 특별한 그림책처럼 여겨집니다.
표지에 검정색의 커다란 개 한마리가 유독 외로워 보입니다. 이 개가 주인공인가봅니다.
그림책을 펼치니 배고프고 목말라 보이는 검은색 개 한마리가 홀로 철창에 갇혀있네요 .
지나가는 사람 누구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데…
어느날 거짓말처럼, 구세주처럼, 두 아이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옵니다.
“나는 산이야”
“나는 바다야”
“우리 윗 집 개들은 번개와 천둥이야”
“우리 할아버지 집 고양이는 구름이야”
“그러니까 너는 강이야”
그리하여 “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검정 개 한마리는 산과 바다와 어울리느라 날마다 행복합니다.
처음처럼 더는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더없이 행복감을 느낍니다.
함께 뒹굴고, 공 놀이를 하고, 들판을 누비고, 눈썰매를 타느라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산과 바다가 멀리 떠나버립니다.
“잠시 멀리 다녀올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또다시 외롭게 된 검은 개, 강이…
이들은 다시 만났을까요?
기나긴 기다림의 끝에 눈이 내리고, 강이는 눈 속에 푹 파묻혀 아이들과 기나긴 포옹을 합니다.
하얀 눈과 검정 개 강이, 그리고 아이들, 하얀색과 파란색이 뒤엉키며 뭉클한 여운을 남깁니다.
시종일관 온통 하얀 바탕에 검은 색 목탄 그림만 보이다가 파란색이 등장하니, 역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임을 실감했습니다.
색깔을 매우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이수자 작가답게 현실을 그릴때는 검정색을, 희망이나 상상을 그릴때는 파란색을 사용하여 감동을 줍니다.
이수지 작가는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모티브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기견에서 반려견이 된 강이가 가족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하늘나라로 가가 까지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최근 매스컴을 통해 동물단체의 대표가 개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 시켰다는 보도가 더욱 불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