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임금님
미우라 타로 지음, 황진희 옮김
비룡소
임금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연히’ 큰 몸집의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은 ‘작은 임금님’이네요. A4용지 만한 크기의 책 표지 앞에는 ‘이것은 작은 임금님의 실제 크기입니다’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작은 임금님을 설명해줍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체를 가진 그림책. 이 ‘작은 임금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임금님이 작아서 그런 것일까요. 유난히 임금님이 머무는 성이 커보입니다.
임금을 보필하는 병사들도 유난히 커보이구요. 병사들이 임금님을 지켜준다는 표현을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병사 앞에 ‘큰’이 붙고, 임금님 앞에 ‘작은’이 붙으니 임금님이 유약하게 느껴집니다. 이 또한 알게 모르게 가지고있던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인데, 글에서는 ‘무서운 얼굴’을 한 병사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까만 바탕에 도드라지게 보이는 화려한 색감의 작은 임금님과 큰 병사들. 그들 사이에는 소소한 대화가 오고 갈까요? 작은 임금님과 큰 병사들의 대열 사이의 간격으로만 보아도 그렇지 않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그에비해 큰 병사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말이죠)
식사를 하는 식탁도, 몸을 씻는 욕실도, 심지어 잠을 자는 침대도 분명 작은 임금님의 것이지만, 임금님의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커다랗고 풍족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어느것도 완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 처럼 보여요.
외로움. 그 감정이 임금님을 더욱 잠못들게 했어요.
그러던 작은 임금님에게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림책 배경 색이 달라진게 보이시나요?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일 만큼요!
바로, 공주님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죠. 무려 열 명!!
사실, 이 작은 임금님의 결혼은 책 시작에서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책 표지로 돌아가서, 임금님의 다리에 쓰여있는 기사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거기에 꽃나라 왕국의 큰 공주님과의 결혼 소식이 적혀있답니다. 자녀 계획도 그 곳에 쓰여있다는!!) 몸에 새겨질 정도로 이 작은 임금님의 생애에 큰 변환점을 가져다 준 사건이라는 것이죠.
작은 임금님의 입이 그려진 것을 처음 본 장면이에요. (다시 보아도 입이 그려진 장면은 이 장면 뿐이네요)
아이들이 태어나자 그 큰 성이 비좁아져서 병사들을 집으로 되돌려보내는 장면. (이제 병사 앞에 ‘큰’이라는 수식어도 빠져있어요~!)
병사들도 가족을 만날 생각에 기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큰 공주님과 작은 임금님,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10명의 아이들.
꽉 찬 행복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이전에 가지고 있었지만 누리지 못했던 것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으면서 온전히 누리게 되는것을 봅니다.
같은 것을 보지만 이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 가족이 생긴 뒤에 보이는 작은 임금님의 이야기는 검은색 배경에서 오색찬란한 색으로 바뀌었어요.
외로움 대신에 찾아온 행복, 그리고 밤에는 잠들 수 있는 평안함.
몸집이 작건 크건, 사회적 지위가 높던 낮던
행복이라는 것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있지 않고 함께 나눌 이들이 있을 때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을 다시 보게 해준 책.
강렬한 색과 단순한 선으로 된 그림으로 연령이 낮은 아이들도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작은 임금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