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 고릴라
페기 라스만 지음
비룡소
만 3살이 된 막내가 요즘 좋아하는 잠자리 동화 몇 권이 있습니다. 이른바 ‘잘자라’시리즈. 울랄라 채소유치원 시리즈 2번째 책 《코~ 잘자요》 (와타나베 아야 글 그림, 정영원 옮김, 비룡소 펴냄) 책과, 그림책 고전 《잘 자요, 달님》 (클레먼틑 허드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이연선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그리고 이 책 《잘 자라, 고릴라》 (페기 라스만 지음, 비룡소 펴냄) 입니다. 이 마지막 책은 아이의 잠자리책으로 제일 늦게 합류했네요. 엄마에겐 이미 얇은 영어책으로 익숙했던 책인데 그동안 막내에게는 안보여주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한글로 된 양장본의 책을 보자마자 책 속 등장인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림을 읽어내기 시작하는데, 막내 덕분에 더 그림책을 자세히 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표지부터 유쾌한 고릴라! 쉿!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고 손에 열쇠를 들고 있는 폼이, 연두색 제복을 입고 손전등을 비추고 있는 아저씨를 제쳐두고 독자와 비밀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지요? 막내와 이 표지에도 한 참을 머물렀네요. 쉿! 하는 표정과 몸짓을 따라하며, 고릴라를 따라 갈 준비를 하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연두색 제복을 입은 분은 동물원 사육사아저씨였나봐요. 관람객이 돌아간 어둑어둑한 저녁, 사육장을 둘러보며 동물 하나 하나에게 잘자라고 말해주며 돌아가는 아저씨의 모습이 참 피곤해보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의 고릴라는, 아주 눈이 초롱초롱하지요!
살그머니 아저씨에게 있던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자신의 우리를 열고 나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이 갇혀있는 문도 하나 씩 열어주는데요~!
여기서 문제!
아저씨가 가지고 있던 열쇠는 모두 몇개였을까요?
정답은 여섯! 그러면, 각각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아셨나요?
이제 껏 고릴라가 동물들을 문 밖으로 나오게 했다는 것만 보고는 지나갔는데, 이번에 막내가 열쇠 갯수를 세고, 우리 안에는 각각 그 동물을 닮은 작은 인형들이 있으며(아이는 아기 동물이라고 했지만), 문과 열쇠 색깔이 같다는 것, 그리고 문을 열 때 마다 열쇠 갯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보게 해 주었답니다! (그래서, 그림책은 보면 볼 수 록 새로운 것 같아요. 익숙하다고 여겼던 그림이 정말 새롭게 보였어요!)
사육장을 벗어난 동물들이 줄지어 사육사 아저씨를 따라 동물원 밖으로 나오는데요, 이 동물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쩐지, 이렇게 줄지어 가는 길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건, 저만 느끼는 것일까요? ^^
단순한 그림이지만, 따뜻함과 기발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 그림책.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유쾌한 맑은 저녁 밤 소풍을 신나게 다녀온 기분을 누리며 미소지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잘 자라, 고릴라》 였습니다.
p.s. 책 속에 생쥐와 생쥐가 가지고 있던 풍선과 바나나의 행방을 따라가는 묘미도, 작은 소품까지도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