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맘에 쏙 드는 그림책을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좋다’는 말만 가지고는 말을 하다만 듯 허전해서 그 앞에 ‘너무’란 부사를 몇 개쯤은 붙여서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 책이 내게는 바로 그런 책이다. 제목도 좀 삐딱한 (턱을 좀 치켜세우고 약간 삐딱한 표정으로 말해야 어울릴) 이 책이 내겐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먼저 존 버닝햄의 그림솜씨에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적으로 호흡을 맞춰나가는 책이다. 글이 너무 강조되어도 그림이 너무 튀어도 좋지 않다. 글이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이 말을 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존 버닝햄의 글과 그림이 바로 그렇다. 그의 글은 상상을 북돋고 (‘자, 이제 기차 떠납니다. 삽소리 좀 시끄럽게 하지 마’…) 그림은 이야기를 한다. 화려하게 장식되었거나 멋지게 그려진 그림책 그림들도 많이 봤지만, 이 작가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유머 있으며 매력적인 그림은 보지 못했다. 적어도 드물게 보았다. 실사풍의 그림이나 잘 짜여진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은 버닝햄의 그림에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허술한 듯 보이는 이 그림이야말로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이 책의 내용과 어울려 있다. 가만히 보라, 선(線) 하나하나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집에는 존 버닝햄의 책이 이것 말고 한 권 더 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이 책 역시 나와 우리 아이가 같이 열광하는 그림책이다. 하루종일 기차 노래를 부르는 우리 아이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가 집에 도착한 이후 뱃놀이는 잠시 잊었다. 이 두 권만으로도 나는 버닝햄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정말 멋진 그림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