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차가워지는 날씨만큼이나
훈훈한 온기와 절절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많은 종류의
사랑 중에서 선생님께서 주시는 사랑은 특별합니다. 이미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실제로 하루의 반 이상은 학교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만큼 학교 생활은 보내는 시간과 함께 내재된 의미에
있어서도 우리 인생의 중요하고도 큰 부분입니다. 또래인 친구들과의
우정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의 따뜻하고 반듯한 보살핌은 아이들이
인생을 바르게 설계하고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든든한 토대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이름이 아닌 ‘조그만 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무서워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랍니다. 그래서 공부 시간에도, 노는 시간에도
늘 혼자입니다. 그래서 조그만 이이는 결심합니다. 이제 보기 싫은 것은
보지 않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열심히 관찰하고 느끼기로 말입니다.
천장, 책상, 창 밖의 풍경을 비롯해 아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애벌레,
쐐기, 거미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그에겐 너무나 신기합니다.
또한 가만히 눈을 감고 듣는 장작 패는 소리, 우물 긷는 소리, 달구지와
자전거가 달리는 소리도 조그만 아이의 마음 속 내면의 세계를 살찌우는
좋은 재료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그만 아이에게 다가온 큰 행복은
이소베 선생님을 만난 것입니다. 산과 들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는 아이,
모든 꽃의 이름을 꿰차고 있는 아이, 특이한 화풍의 그림과 의미심장한
서체의 글씨를 쓰는 영리한 아이. 이소베 선생님을 만난 후, 조그만 아이는
이제 조용하고 말이 없어 아둔한 아이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나 받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막 태어난 새끼 까마귀의 칭얼대는 목소리, 엄마 까마귀의
다정한 목소리, 아빠 까마귀의 용감한 목소리 그리고 고목에 앉아 흐느끼는
외로운 까마귀의 애절한 목소리까지도 절절히 입으로 토해내는 너무나도
그윽한 아이로 성장해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무엇을’
보다 ‘어떻게’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모든 성취의 양상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고 그에 따라 결과도 명백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좋은 선생님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