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며 제일 힘든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48 | 글, 그림 유타 바우어 | 옮김 이현정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6월 2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독일 청소년 문학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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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며 제일 힘든 일은 나를 다스리는 일이다.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고 말하는 아이를 지켜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소리의 칼날을 휘두르게 된다. 단 10초만 생각했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10초 뒤에 후회하니 참 한심스럽다. 그러면서 더 한심스러운 일은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순간의 감정으로 상처 받은 아이의 마음은 10초로, 10분으로 달래지지 않는데 말이다.
도서관에서 ‘고함쟁이 엄마’라는 책을 발견한 순간 얼굴이 화끈하고 뜨끔했다. 혹 내 얘기가 아닌가 싶은 만에서 말이다. 책 표지를 통해 본 모습은 밝다. 개나리색 노란 표지 속을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엄마 펭귄과 아이 팽귄이 보인다. 흘깃 뒤를 돌아보는 아이의 표정과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대조적이다.
그 일은 오늘 아침에 벌어졌다.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치켜올라간 눈초리와 찢어져라 벌린 입에서 아이에게 꽂히는 소리의 파동은 굳이 어떤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엄마의 표현된 모습 자체로, 또 내 경험으로 충분히 공감된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완전히 노출된 아이 펭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 온 몸은 뻣뻣하고 동그랗게 떠진 두 눈은 초점이 없다. 한 장을 뒤로 넘기며 너무 놀랐다. 깜짝 놀란 아이 펭귄의 몸이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가고 몸은 바다에 떨어지고 두 날개는 밀림에서 길을 잃었다. 부리는 산꼭대기에 꽂히고 꼬리는 거리 한가운데 내동댕이 쳐져 있다. 그나마 두 발은 제자리에 남아 있었지만 곧 바빠진다. 흩어진 제 몸을 찾고 싶지만 볼수도 소리를 낼 수도 날아갈 수도 없다.
정처없이 헤매던 두 발은 몹시 지쳐 사막에 도착한다. 순간 머리 위로 내려앉는 검은 그림자. 엄마가 커다란 배를 타고 날아와 아이의 모든 걸 다시 모아 한데 꿰매고 있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두 발을 찾아 사막까지 날아 온 것이다. 다 꿰매고 나서 엄마는 말한다.
“아가야, 미안해.”
이 쉬운 말을 하기가 왜그리도 힘든지. 첫장면부터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다. 어찌보면 그 상황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어떤 잘못으로 인해 야단을 맞는 것이든 작은 실수에 엄마의 분노가 아이를 향한 것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지르는 분노의 소리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있다. 엄마의 고함으로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엄마 안의 분노가 밖으로 표출될 뿐이다. 엄마의 고함 한번으로 온 몸이 사방으로 흩어져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본 것 같아 민망하다. 우리 아이도 저런 느낌이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얘길 해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어쩌면 아이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권위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감정 표현을 자주해주는 것만큼 관계를 열어주는 열쇠는 없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그 간단한 말들이 밖으로 나오는 일이 어찌 그리 어려운일인지.
오늘은 아이에게 먼저 건내 봐야겠다.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