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색의 다람쥐가 누군가에게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는 예쁜 표지에 끌려서 읽은 책이다. 꽤 두툼해서 딸아이와 번갈아 가면서 서로 읽어 주기도 하고 각자 속으로 읽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 편지가 쓰고 싶은지…생각나는 얼굴들한테 편지를 써 보냈다.
딸아이는 같은 집에 사는 나나 자기 아빠한테도 곧잘 편지를 쓴다. 처음에는 거의 메모 같이 짧고 글자는 굉장히 크고 삐뚤빼뚤, 난리여서 글자를 해독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제법 편지같다. 편지 형식에도 맞춰서 쓰고 사연도 길게 쓴다. 게다가 꾸미기 까지 열심히 해서 주기 때문에 받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다만 답장을 언제나 요구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보내면 은근히 부담스럽다.
이 책에도 동물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생일 파티, 오랜동안 소식이 없거나 보이지 않는 동물들에게 편지를 쓴다. 물론 그 편지들 사이에는 우리 아이들이 보낸 편지처럼 내용 없이 낙서 같이 보낸 편지도 있다. 특별한 것은 이 편지들을 전달하는 것이 바람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편지를 보내준다니…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게다가 바람은 한 번도 편지를 실수로 보내거나 하지 않는다고 동물 친구들은 말한다. 다람쥐가 자기 책상에게 쓴 편지 바람이 휭 들어와서 책상에게 준다. 책상이 좋아서 탕탕 튀기는 것이 재미있다. 나는 책상이 바람에 밀려서 그러는 줄 알았었는데 틀렸다.
곰은 먹보에 욕심쟁이다. 케잌도 가장 많이 먹고 늘 맛있는 것만 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좀 얄밉기도 했지만 ‘다른 동물들보다 몸집이 크니까 남들보다 더 먹어야될 걸.그래도 욕심 곰이다 그치, 엄마?’라고 말하는 딸아이와 낄낄 웃었다.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정성껏 받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사연을 써서 보내는 멋이 많이 사라지는 요즘이다.이메일로, 전화로 소식을 전하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편지의 재미를 알려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매일 얼굴 마주하지만 말로 할 때와 다른 정이 묻어나는 게 편지의 매력인 것 같다. 우리 딸이 또 어떤 내용의 편지를 가져올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