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읽다보니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금새 읽어 버렸다. 아이들 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어울릴 책이다. 표지의 인어 아가씨도 어쩌면 그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인어 아가씨와 다르게 생겼는지…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거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닷가의 솔베이그 할머니”와 “그림자 없는 꼭두각시 사나이”다. 바닷가에서 혼자 살아가는 할머니에게 선물처럼 찾아 온 사람, 영원히 바다를 떠돈다는 전설의 선원과 할머니의 이야기다. 여기에 실린 내용 중에서 가장 발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해피엔딩이고 할머니가 외롭게 양로원에서 살지 않고 선원들과 배를 타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할머니의 못되고 돈 밖에 모르는 손자가 벌을 달게 받게 받았으면 했는데..그 부분은 아쉽다.
“그림자 없는 꼭두각시”는 몇 개의 껍대기를 쓰고서 자기의 진면목을 감추고 사는 현대인을 보는 것 같아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림자가 없던 꼭두각시 사나이가 꼭두각시 아가씨를 만나서 서로 자기 껍질 밑에 뭐가 있는지 알아간다. 그걸 알게 되면 그림자가 생긴다고 그 아가씨는 말하는데 이 말이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비로소 진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꼭두각시 아가씨의 가장 마지막에는 두꺼비가 있었고 꼭두각시 사나이의 맨 마지막에는 까마귀가 있었다.
나는 몇 개의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느 때는 솜털같은 부드러움이 있으니 털이 고운 밍크, 화가 나면 목소리도 행동도 과격해지니까 곰,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 떨 때는 아주 시끄러우니까 참새떼, 가끔은 착한 일도 하니까 천사?…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우리들은 다양한 껍대기 속에 자기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껍질을 벗고 진짜 자기 모습으로 돌아 올 때는 이야기 속의 사나이처럼 절망할 지도 모르지만 나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속일 만큼 철저하게 다른 사람인 양 살기로 결심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나를 내가 속아 줄까? 가재는 죽어도 가재고 개구리는 죽어도 개구리다. 본성은, 본능은 노력에 의해서도 안 고쳐지는 것일까? 힘들 것 같지만 나의 어떤 면이 싫다면 고쳐 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