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구름 파랑이.
제목만으로 꼬마 구름의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구름이 주인공인만큼 신나는 모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가면 갈수록 저의 예상을 뒤엎네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며 사는 파랑이.
그에게는 놀라운 재주 하나가 있지요.
바로 자신과 닿는 것은 모두 파랗게 물들이기!!!
그러한 그의 능력을 숭배하는 이들까지 생겼지요.
평소엔 너무도 여유자적한 파랑이였지만 여러 색의 사람들이 서로 쫓으며 못살게 구는 모습엔 안색이 어두워지네요.
도끼를 들고 뛰어다니는 남자 어른들과 끔찍한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는 여자 어른들과 아이들.
보다못한 파랑이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온 세상을 같은 색으로 바꿔버립니다.
그렇게 찾아온 평화를 기뻐하며, 모든 집을 파란 색으로 칠한 파랑이 도시를 세운 사람들.
부디 그 파란 색이 바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번 펼친 책이라 끝까지 함께 하긴 하였으나 아이에게 두 번 읽히고 싶진 않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라 아직 전쟁이 무엇인지, 인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상대를 미워하다 못해 해치기도 하는 것이 우리 인간임을 아직은 알게 하고 싶지 않은 까닭입니다.
또 책 속의 사람들이 현실 속의 우리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세상의 어둡고 무거운 면을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욕심으로 조용히 한 켠으로 치워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