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영어로도 많이 접하지 않았을까. 나 역시 영어책으로 먼저 만났던 책이다. 처음에는 눈 오는 날에 아이가 ‘그냥’ 노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조용하게 표현했구나 하면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겨울에 눈이 오면 했던 놀이들이니 이번 겨울에 이 책을 따라해 봐야겠네라며 읽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그림책에 대해서 또 에즈라 잭 키츠에 대해서 공부하고 책을 보았다. 그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실 흔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와 있어서 아이는 밖에 나가 논다. 이렇게 발자국을 만들어 보고 저렇게 만들어 보고, 찬사도 만들어 보고, 나무 위의 눈을 건드려서 눈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눈싸움하는 모습을 멀직이서 지켜보기도 하고 내일 더 놀기 위해서 주머니에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하는 이야기. 어린이들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이자 한번쯤은 해 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칼데콧 상을 탄 것일까. 그것도 명예상이 아니라 메달을… 그 이유는 바로 꼴라쥬라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이유도 있지만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기 때문이란다. 지금이야 흑인 아이가 주인공인 책이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이 처음 나왔을 60년대만 해도 아직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남아있을 때였다. 그러기에 이것은 새로운 시도였고 모험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에즈라 잭 키츠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꿋꿋하게 피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들을 계속 만들어 냈다. 지금은 그의 모든 책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의 심리를 너무 과장되지도 않고 어떤 목적을 가지지도 않고 그저 그대로를 표현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공감을 하는 것이겠지.
이번 겨울에는 눈이 오면 공원에 나가 아이들과 눈싸움도 하고 천사도 만들어 보아야겠다. 지금이야 문만 열고 나가면 공원이니 다른 사람이 발자국을 남기기 전에 얼른 가야지. 그리고 피터가 했던 놀이를 따라해 보아야겠다. 아님… 시골에 가서 저수지 둑에서 눈썰매라도 탈까. 눈이 오기 전에 이 책을 읽어주며 한껏 기대하게 만들어야지. 다음날 또 놀기 위해 주머니에 눈을 담아 두는, 피터와 같은 순수함은 없지만 대신 피터가 부러워서 쳐다보기만 했던 눈싸움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