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제가 끝말잇기 놀이를 합니다.
시작하자 마자 아들이 “로션”이라 합니다.
인상 한 번 구기고 제가 먼저 시작했지요.
“나트륨”이라고 했답니다.
이번엔 아들 인상이 구겨집니다.
그래서 사이좋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지요.
사과- 과수원-원숭이-이발소-소방차-차표-표범-범인-인사-사회-회관….
이런식의 놀이를 아들과 함께 종종 한답니다.
가끔은 제시한 첫글자로만 시작하는 말, 혹은 끝나는 말…
또 가끔은 흉내말만 넣어서 만들기..
덕분에 아들이 또래에 비해서 말하기 능력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고 좋았던 것이 아이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동시가 참 재미있다는 겁니다.
초등 2학년인 아들도 깔깔거리면서 읽더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외우시도 하고 원래의 시에 단어만 바꿔만 모방도 하던걸요.
이렇게 재미와 아이들의 호기심을 적당히 자극해주고 언어를 통해서 여러가지 사물들을 배울 수 있는 책이 많았으면 합니다.
굳이 읽어라..라고 따라 다니면 잔소리하지 않아도 자기들이 재미있으면 충분히 찾아서 읽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 눈여겨 볼 만한 건 동물, 곤충, 조류, 물고기 등등 시의 소재를 어디에다 제한 시킨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모든 사물들을 시 속의 소재로 끌어와서 좋았답니다.
다 읽고 나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기분이에요.
다양한 것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데 단지 읽기만 하고 책을 덮을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시는 짧은 대로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아이와 이야기해 보면 훨씬 더 효과가 좋으리라 봅니다.
시어의 배열이 재미있는 것은 엄마들과 같이 번갈아 가면서 읊어 보구요.
또 다른 소재로 동시짓기 해봐도 되구요.
대부분의 시가 참 짧으면서도 사물의 움직임이나 표정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동시로 옮겼기에
읽다보니 생각의 기발함에 깜짝 놀랍니다.
미처 성인시에서 보지 못한 최승호 시인의 다른 면을 훔쳐봤다고나 할까요.
성인시는 깊이가 있어서 나름대로 난해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동시로 옮겨온 이 분의 시는 어린아이의 눈높이와 함께 하는 것 같아 마냥 즐겁습니다.
책 속 삽화도 시와 참 어울려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데
이렇게 한 편의 시가 가라앉은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수도 있구나 싶어 이 한 권의 책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