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이들에게 수업할 도서목록을 짜느라 서점에서 한시간쯤 보냈다. 두주일 쯤 전, “아버지의 부재”란 제목으로 몇권의 책을 추천받았던터라 대강의 내용은 알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버지 이야기에 관한 책이 꽤 많이 나와있었다. 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일주일에 한권도 읽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으면서 부담이 적은 분량의 책을 골라야 했다.
이야기는 가족의 이사부터 시작된다. 아빠는 우연하게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만난 꼬마아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마도 요즘의 어떤 아버지들이라도 쉽사리 넘기지 못할 이야기였다. “아빠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물음에 꼬마 아이는 꽤나 궁금증이 깊어갔고, 덩달아 아빠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새로 이사간 집이 어디였는지 기억할 수 없을만큼 아빠는 내가 하는 일, 가족 안에서 나의 모습, 나의 아이들이 원하는 일 등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잦은 출장과 많은 일거리에 부딪히는 아버지를 보면서 “우리 아빠도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노후를 걱정하기 보다, 내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의 기반을 닦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더더욱 부모들의 생각은 많을 것이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아 책만으로 아빠의 걱정과 고민을 접할 수 밖에 없겠지만, 오늘 밤에는 아빠의 손을 꼭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진 속의 아빠가 항상 젊은 모습으로 날 기다려주지는 않을테니, 아빠와 함께 마주앉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지금이라는 것을 잊지않아야겠다. 지금 아빠의 모습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 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