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라고 말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아이들.
보통 두 돌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홀로 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세 돌이 되면 엄마로부터 떨어져 자아가 생기고 ‘자아정체성을’ 찾는 시기라고 하니 그전에 자기를 세우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나가야만 한다. 그 과정 중에 하나가 ‘아니요’와 ‘싫어요’라는 말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게 아닐까? 엄마 말에 무조건 수긍하고, 엄마를 따라하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 일을 선택하고, 직접 해보고 싶어 하는 시기, 그런데 대부분 아이들은 이때 무조건 뭐든지 ‘아니요’아니면 ‘싫어요’라고 말해버리곤 한다.
토실아, 잘자에 나오는 토실이를 보니 아이들은 모두들 다 똑같구나 싶다. 토실이는 자기전 목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잠자리에 누워 잠드는 시간까지 엄마가 묻는 말에 한번도 “예”하고 대답하는 일이 없다.
이제 잠잘 시간이라고 말해도 아니에요, 아직 목욕한다고 하고, 목욕 다했니? 라고 물으면 아니요, 아직 발가락 말린다하고, 똥 다 쌌니? 하고 물어도 아니요, 잠깐만이요라고 하는 토실이. 이제 잠자러 가야지? 하고 말해도 아니에요, 책을 다 읽어야죠. 하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뜨거운 코코아는 천천히 식혀서 마시고, 이를 닦으러 들어갔다가도 거울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느라 시간을 끌고, 커튼 좀 치라는 말에는 달 좀 본다면서 침대에 눕지 않는 토실이는 끝까지 한번도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토실이 엄마는 그림책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토실이의 그런 행동을 다 받아주고 기다려주니 참 대단하다 싶다. 토실이는 엄마 때문에 자기 욕구가 좌절되거나 거부당하지 않으니 자기가 스스로 주인으로 섰다는 느낌이 강해서 뿌듯할 것만 같다. 물론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아이의 자립심이 키워지는 것은 아닐테니…….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떤 시기가 있는 듯 하다. 무엇이든지 자기 힘으로, 자기 욕구를 가지고 움직이고 싶어 하는 시기가 있으니 그때는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아이가 자기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 그 시기를 지나면 아이들은 자신감과 안정감을 발판으로 삼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라날 것이며, 엄마와 관계에서도 무조건 자기 요구만을 내세우며 떼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끝까지 아니요 라고 말하고는 인형친구랑 같이 침대에 누워 흐뭇한 표정으로 잠이 드는 토실이, 마지막으로 “토실아, 자니?”라고 묻는 말에도 “아니요, 꿈꾸는 중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지금은 우리집 아이들이 어느정도 커서인지 이 책을 한결 여유있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