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
클로드 부종의 파란 의자를 먼저 읽고,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과 재치에 박수를 보냈는데 ‘아름다운 책’이라는 제목을 들으니 어떤 내용일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름다운 책’이라 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었다.
에르네스트와 빅토르, 두 형제의 성격 차이가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주고 있다. 동생 빅토르는 나이가 어려서 일까? 판단하고 분석하기 보다는 책 속의 이야기에 푹 빠져, 마치 진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같이 흥분하고,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형 에르네스트는 책 속의 이야기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거기에 동화되기 보다는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이루어 질 수 없는 것과, 가능한 것을 구분 짓는다. 빅토르에 비해 나이가 많아서 그럴까? 책을 읽는 동안 보이는 동생의 반응에 아주 객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래도 자기와 같은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와 무서운 사자를 훈련시키는 장면을 보자 너무 기분이 좋아 책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책은 어떤 것일까? 책은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고, 책은 글씨를 읽는 거고, 나름대로 판단을 하면서 봐야 하고……. 에르네스트는 동생에게 이렇게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책을 깨끗이 보고, 신주단지 모시듯이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고, 책 속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받아들여야 하고, 거기에 빠지기 보다는 믿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은 에르네스트가 보는 ‘책’에 관한 생각일 뿐이다. 책에 줄을 그어 가며, 여백이 있으면 거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도 써 가며 그렇게 보는 게 꼭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어떤 판단이나 객관적인 기준을 뒤로 미루어 놓고 그냥 거기에 빠져 이야기를 즐긴 다해도 그건 잘 못된 책읽기라고 말할 수는 없지 싶다.
책은 이래야 한다, 책은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책에서는 이런 교훈과 감동을 얻어야 한다는 수많은 명제들……. 하지만 갑자기 여우가 들이닥치는 그 순간에는 책은 위험을 막아주는 방어 수단이 되었을 뿐이니 관념적인 그 모든 말들이 공허할 뿐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성경책은 하느님의 말씀을 적은 책이니 함부로 놔두어서는 안되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렇게 해서 멀리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러워지고, 손때가 묻더라도 생활 가까이 있을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름다운 책’이라는 제목은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반어적으로 나타낸 것 같다. 책은 아름다운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등장인물을 보면서 긴장감과 공감대를 느끼게도 해주지만 어쩔 때는 책을 가지고 성 쌓기 놀이를 할 수도 있고, 징검다리 밟기 놀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멀리 높은 곳에 있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 생활 가까이에 있는 책, 굳이 어떤 교훈이나 가르침을 얻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고 즐겁게 읽기만 해도 좋은 책…….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서 ‘책은 이런 것이다’라고 함부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는 것, ‘책 속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