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표지를 보는 순간 저학년 아이들이 보는 과학그림동화 <응급처치>가 바로 떠올랐다.
야마다 마코토가 글을 쓰고, 야규 겐이치로가 그린 독특한 그림은 한 번 그 책을 본 사람이라면 금방 기억을 하게 될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단순하면서도 순진한 개구쟁이 아이들의 표정엔 장난끼가 가득하고, 빨간 얼굴은 이런 아이들의 표정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거기에다 재미난 와하하 선생님의 등장은 우리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에 대해 ‘우리 몸’과 연관지어
흥미롭게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어느날 아침 볼거리에 걸린 코헤이가 오른쪽 볼이 고무풍선처럼 탱탱하게 부어 올라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엄마는 그런 아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하하하 웃고는 기념사진까지 찍어 둔다.
꼭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화단에 박혀 한 쪽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든 딸의 얼굴이 팬더같아 사진이라도 남겨 둘 걸..이라고 생각했던 나랑 비슷한 엄마의 행동에 처음 시작부터 웃음이 나왔던 대목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이런 식의 재미난 상황과 유머러스한 대화가 많아,
생소한 질병과 몸에 대한 어려운 용어들이 있음에도 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책의 두께가 워낙 두꺼운 데다
겉표지와 책의 형태, 그림 등이 꼭 유아나 저학년 아이들이 보는 책처럼 느껴져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잡았다가는 읽기도 전에 촘촘히 박힌 줄글을 보고는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언뜻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책을 잡은 딸아이가 자기 방에 콕 박혀 한 권을 순식간에 다 읽고 나와서는
‘당당하게 학교를 빠져도 되는 병’에 대해 이야기 할 땐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소아과에서 정해준 날짜에 예방접종이나 열심히 맞히러 다녔지,
왜 그런 병에 걸리고, 어떻게 응급 처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엄마, 이런 병은 왜 걸려요?”라고 코헤이처럼 우리 딸이 물어온다면,
나 역시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대답을 해 줬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와하하 선생님은 아마
“어른들이 하는 말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받아들여서는 안 돼. 왜 그렇게 되는지 알아봐야지. 알아보고 나서 이해가 되면 그 때 믿어도 돼.”
하고 콕 찝어서 나의 무지함을 지적하며 난처하게 만들겠지? 후후~~
때론 장난끼 있는 모습으로, 때론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동네 아이들에게 볼거리, 수두, 농가진, 방광염, 감기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친근한 의사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은 근엄한 의사 선생님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더욱 정이 느껴진다.
특히 3~4학년 이후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보니 일정한 형태로 쭈욱 나열된 줄글들로 쓰여졌는데, 소제목이나 중요한 요점 등을 화살표로 이리저리 줄을 그어가며 남은 여백에 마치 직접 손글씨로 메모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 글씨체는 아주 인상적이다.
화살표를 따라 눈을 움직이거나 글자체와 크기가 다르게 쓰인 글을 읽다 보면, 병에 걸리는 원인인 세균과 미생물부터 항체와 면역까지 어려운 내용을 이미지화 시켜서 기억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는 것 같다.
당당하게 학교를 빠져도 되는 병!
법률로 정해져 있어서 아이들이 한 번쯤 걸리고 싶은 병!
벌써 아이들은 이것만으로도 호기심 백배된 눈으로 이 책을 들춰 볼 것이다.^^
단지,,,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책 한 권을 다 읽고야 말겠다는 욕심을 내지 말고,
뒤에 실린 ‘찾아보기’ 목차를 보면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질병이나 몸에 대해 찾아가며 읽는 것도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된다.
2권과 3권에도 아이들이 궁금해 할 여러 가지 질병과 놀라운 사실들이 가득하다고 하니,
농담 잘하는 와하하 선생님이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얘기들을 어떻게 잘 풀어서 설명해 줄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그의 말대로 책을 읽을 때 어렵고 모르는 얘기 없이 술술 읽히면 싱거우니까, 좀 어려워도 꾹 참고 읽으면 병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부모들이 존경스런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