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 속에서 진리를 찾다.]
어릴 때부터 책을 열심히 읽어준 덕분에 우리 아들은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스스로 책을 즐겨 읽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런 아들을 위해 좋은
책을 선정해서 읽게 하는 것이 내 몫이 되었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이 즐비한 세상에서 정말 좋은 책을 고르기란 쉽지가
않다. 5학년 아들을 위해 고민하던 중 비룡소 초등 문고 [일공일삼]을 알게 되었다.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 잡은 작품이 리지아 보중가 누니스의 ” 노랑 가방”이다.
“노랑 가방”은 표지부터가 재미있다. 가면을 쓴 수탉과 우산, 옷핀, 연필 등이
주인을 기다리듯 가방속에 얌전히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많은 것이 들어 가는
가방의 실제 크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주인공 라켈은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이다. 라켈은 상상속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정말 공감가는 대목이었다. 사춘기 시절 세상
고민은 혼자서 다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또래 친구들보다 상상속에서 친구를
만들어 이야기 하곤 했었다. 특히 일기에 편지형식으로 많이 쓴 기억이나 공감
대가 느껴졌다.
꿈 많은 소녀 라켈은 남몰래 세 가지 욕망을 품고 있다.
첫 번째는 얼른 어른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녀가 아닌 소년이 되고 싶어 한다.
세 번째는 작가가 되어 마음대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다.
정말 웃음이 쏟아졌다. 어쩜 라켈은 나와 너무 비슷하다.
나도 그 시절 빨리 어른이 되어서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었고, 힘센 남자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 때는 마음속에서 소설을
수십 편 쓴 것 같다.
“노랑 가방”의 또 다른 매력은 이야기 사이사이에 허를 찌르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 싸움닭 맹렬이의 주인들이 맹렬이의 머리에 상처를 내고, 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 내어 한 가지 생각만 남겨두고 모두 없애는 부분은 가슴이 아팠다.
주인들이 맹렬이를 싸움만 생각하도록 만든 것과 같이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사춘기 소녀 라켈이 점점 상상속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눈을 뜰 때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수 많은 욕망 중에서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것을 알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진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어릴적 나와 만난 기분이
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그들의 눈높이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