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나도 아이들이랑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는 일을 즐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화중독증까지는 아니고. 아이들에게 박물관이 지겹냐고 물어보니 “가끔”이라고 대답한다. 그래 가끔은 너희들도 지겨웠구나. 이젠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할 때 아이들 눈치도 좀 보아야 할 것 같다.
문화중독증에 걸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가 온갖 박물관이랑 미술관에 끌려다니면서 겪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이야기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예술적 감각을 키운 교양인으로 자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교양보다는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을.
아이가 분노가 솟구치는 걸 참아가며 박물관 나들이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애처롭다. 그림 세어보기, 대리석 바닥에서 미그럼 타기, 달리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박물관에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를 생각해낸다. 그리고 박물관에서의 좋은 추억이라곤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은 기억뿐이다. 어른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일이다.
사실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 경험을 했기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라고 하면 박물관 이야기는 쏙 빼놓고 밥 먹은 이야기만 써대곤 했다. 그래서 “박물관 이야기는 안 써?” 하고 물으면 밥 먹은 게 더 즐거웠다고 한다. 솔직한 것들! 아직은 우리 아이들도 공부보다 먹는 게 우선인 모양이다.
그래도 주인공 아이가 박물관에 드나들면서 배운 게 없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박물관이 무엇인지 알았고, 스스로 자기만의 박물관을 만들어 부모님을 초대했으니까.
주말마다 체험 학습을 계획하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아 허전한 부모님과 3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