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은 화려할 것도 없고, 예쁘지도 않다. 그저 다부진 표정을 지은 소년의 모습과 작은 까마귀 한마리가 전부인…요즘 그림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눈길이 가지 않을 법한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책속에 나즈막히 깔린 우울함과 은은히 주는 감동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에서도 어쩐지 우울함이 느껴진다. 쓱싹쓰싹 그려낸 듯한 느낌의 검정색은 우울함을 더한다.
허나 그속에 들어간 색감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 입학면서부터 사라진 아이.
선생님과 아이들을 너무 무서워해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그래서 따돌림을 받고 늘 외톨이로 지내는 아이.
보기 싫은 것을 보지 않으려고 사팔뜨기 흉내를 내야만 하는 아이….”땅꼬마”
땅꼬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뚫어지게 천장만 쳐다보기도 하고, 책상의 나뭇결을 살피기도 하고, 한 해 내내 창 밖에 보이는 것들과 비 오는 날 창 밖 등 모든 것을 살펴보았다.
바보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늘 한결같이 비가 오가나 태풍이 부는 날에도 도롱이를 몸에 두르고 한결같이 타박타박 걸어 학교에 왔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섯 해가 흘렀고 이소베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다정한 선생님은 아이들가 학교 뒷산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리고….머루가 열리는 곳, 돼지감자가 자라는 곳을 아는 땅꼬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해 학예회 무대에 땅꼬마 올라셨고 땅꼬마는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알에서 갓 깨나온 새끼 까마귀소리, 엄마 까마귀 소리, 아빠 까마귀 소리,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 소리, 마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우는 소리등….
동틀 무렵 학교로 타박타박, 해질 무렵 집으로 타박타박,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타박타박 걸었던 땅꼬마…
그 후 땅꼬마는 “까마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이들에게는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주고 키워주는 선생님은 많지않으리라 생각된다.
그저 학과 공부에 뒤쳐지는 아이는 시선밖으로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알아주는 선생님이 얼마나 계실까?
그렇게 뒤처진 아이를 받아주는 친구는 얼마나 있을까?
따돌리고 놀리는 것으로 우월감을 갖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어른들…
땅꼬마를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주고 관심가져주는 이소베 선생님과 같은 분이 많이 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주위에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지 살펴봐야할 때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