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림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소년은 슬픈 걸까, 행복한 걸까?
까마귀랑 마주한 소년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까마귀 울음소리를 토해낼 것만 같다.
소년은 학교에 온 첫 날부터 숨는다.
학교가 낯설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두려운 거다.
소년은 키가 아주 작은 땅꼬마이며 잘 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혼자 지내는 방법을 찾아낸다.
보기 싫은 것 보지 않는 사팔뜨기 놀이,
앞자리 친구의 옷짜임을 한 올 한 올 살피기,
땅속 벌레 찾기, 교실 밖 풍경 바라보기.
터벅터벅, 산길을 걸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오지만,
아이들과는 소통하지 않는다.
외로운 소년의 벗이 되어 준 건 산길에서 만난 까마귀이다.
새들 무리 속에서 까마귀도 소년과 같은 처지였을까?
소년은 사람이 아닌 까마귀랑 많은 교감을 한다.
까마귀가 내는 소리와 의미에 귀기울이고,
마침내 까마귀처럼 소리를 낸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새로 온 선생님은 소년의 가치를 발견한다.
학과 공부는 부족해도 산과 들과 꽃을 잘 아는 소년을,
까마귀와 교감하는 소년의 참모습을 말이다.
도움을 줄 멘토는 왜 이제야 나타난 걸까?
소년의 상처는 깊고 크기만 한데.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선생님은 소년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소년의 참모습을 알게 해주었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생각하게도 해주었다는 것이다.
소년은 이제 숨지 않는다.
터벅터벅 걷던 발걸음은 뚜벅뚜벅, 당당해졌다.
아이들은 소년이 사라진 산길 너머로 들려오는
까마귀의 행복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소년은 행복하구나!
소년과 아이들은 비로소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까마귀 소년과 같은 아이들이 있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걸고 주위와 소통하지 않는다.
학교마저 생명마저 포기하려 든다.
이 책은 낯선 환경 속에서 따돌림을 겪는 아이의 심리와 행동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멘토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주고,
모두 화해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참된 멘토의 역할이라는 것을.
그런 존재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좋아진다.
내게도 잠시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과 그 때 나의 멘토는 누구였는지
떠올리게 해준 뜻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