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란 어린이를 위한 시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어린이는 동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동화를 비롯한 여타의 글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흉내 내고는 있지만 어른의 기교가 잔뜩 들어있는 동시는 아이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안겨주지 못하고 점점 아이들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다.
35편의 동시는 모두 펭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밤길을 가다 문득 무섬증이 생기면 짐짓 대범한 척 ‘그림자’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큰 소리도 쳐보고, ‘식탁’에서는 구운 새우는 싫고 펄펄 뛰는 남극의 새우를 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목욕탕에서’는 비누도, 때밀이 수건도 필요 없고 그저 풍덩풍덩 물놀이만 하고 ‘변기’에 앉아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짧은 시와 그의 어울리는 그림은 단박에 동시에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특히 펭귄의 신체적 특징을 살린 동시는 귀여운 펭귄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웃음 짓게 한다.
나쁜 말을 한 펭귄이/ 교실 한구석에서/ 벌을 서고 있네요
손 들어!/ 손이 없는데요/ 그럼 날개 들어!/ 알았습니다, 선생님 <벌>
동시는 펭귄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리 모습을 닮아있다.
펭귄도 바다표범을 좁쌀만 하게 만들어 달라고 용왕님께 기도하고 자신의 키만 한 해바라기 앞에서 낄낄낄 웃기도 하며 새 우산을 써보고 싶어 구름을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늦은 밤 어둡고 텅 빈 골목에서 집을 못 찾고 기웃거리는 펭귄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하신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남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펭귄들이 주인공인 동시집 ‘펭귄’은 분명 어른이 쓴 동시이지만 어린아이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무는 개미에게 “개미가 물면 따끔해/ 개미들아, 자꾸 오지 마/나 개미밥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하나 아이뿐 일 것이다.
짧은 다리와 뒤뚱뒤뚱 걷는 걸음이 인상적인 펭귄은 근래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만화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더 귀엽고 친근하다.
친구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혼자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뽀로로’처럼 귀여운 펭귄의 모습을 담은 동시는 개구쟁이 우리 아이들 모습을 닮아 더 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