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비밀클럽은 7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이야기다.
처음 그 두께감을 보면 베개로 쓰면 딱 좋겠군. 할정도로 놀랍다.
또한 이 책의 주 독자들이 초등학생들이라고 봤을때 아이들이 이 정도의 글을 과연 독파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나 샬롯의 거미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무리없을
읽으리라 생각한다.
맨 첫 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독특한 시험을 치루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시험이 결과가 궁금해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도입부가 무척 흥미롭다.
그리고 그 시험의 궁금증이 풀릴때 쯤 드디어 비밀결사대로 조직된 아이들은 진짜 적을 향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은 자칫 쉽고 별 교훈이 없다는 선입견에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독서의 경험과 독자 스스로의 능동성이 없다면 또한 즐거울수 없는 장르가 판타지 부분이다.
그만큼 독자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것이 판타지 소설의 재미이다.
이제 본격적로 캐릭터 속에 빠져들면~
팀의 리더격으로 늘 바른 선택을 할려고 하고 중립을 지키는 정의의 소년 레이니.
왈가닥스러우면서 보통 이상으로 씩씩해 보이려는 만능재주꾼 케이티.
암기에 있어서는 거의 천재적 소질을 갖고 태어났으나 누구보다 심약한 대머리 소년 꼬챙이 조지.
그리고 매사에 자기 고집대로 하는 고집 불통 콘스턴스.
네아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기는 읽는 내내 긴박감과 함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 쌍둥이로 나오면서 커튼 선생은 악을 베네딕트 선생님은 선을 표방하는 내용도
지킬박사와 하이드등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설정등을 찾아 볼 수 있다.
만약 2가 나온다면 커튼 선생과 베네딕트 선생님이 어려서 헤어져서 자라면서
그 성장 과정으로 인해 그렇게 됐다는 식의 이야기로 풀어도 타당성을 줄 수 있을것 같다.
두 쌍둥이 서로 헤어져 전혀 다른 성장과정을 거치며 한명은 살인자로 한명은 선인으로
나중에 서로 대치하는 상황의 스토리도 다른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어른독자의 눈으로 보면 커튼 선생님이 이상한 기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대처도 미숙하게 보이지만
이걸 풀어내는 과정속에서 단순히 재미만이 아닌 생각해 볼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 책의 큰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나약하게 하는 ‘속삭임’이란 매체를 부수고
이걸 만드는 커튼 선생의 일을 저지시키는 일이다.
책에 내용은 판타지의 한 꾸며낸 이야기지만 사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연 이은 자살사건과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사회의 어수선한 분위기 스스로 나약해 지려는
사람들, 실종된 사람들을 찾지 않는 사람들, 하나의 섬이 되어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모두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책 속 속삭임은 이런 구절을 사람들에게 전파시킨다.
‘더 많은 시간을 편하게 쉬고 싶으면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을 해야 한다?’
‘자신을 보호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는게 중요하다’
책에서 이런 은밀한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왜 싸우는지 조차도
모르고 싸우고 있다고 나온다.
사실 우리도 회사갔다 집에 오면 무의식으로 티브, 컴퓨터를 보고 또 무기력해서 자고 다음날 출근하고
퇴근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티브나 컴퓨터에 의해 더 소모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상에 퍼져있는 진리라는 명목하에 우리가 어려서부터 받고 있는 교육과 윤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반문하게 하고 스스로 진실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