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철학에세이..가 아닐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입니다.
6살 딸이는 … “그림이 예쁘다”….라는 첫마디에 “그런데,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라는 소감을 덧붙였습니다.
작가 “마이클 베다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밀리>는 초등 저학년 이상에게 추천해야할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단순히 “글밥이 상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당한 철학이 녹아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6, 7살 정도의 주인공 여자아이가 “나”라는 1인칭 관점으로 써내려가는 이야기지만,
막상 그 정도의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철학 – 삶과 죽음, 나와 타자 등 – 이 들어있어
유치원생이 편안하게 소화하기는 버거운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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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건너편 노란 벽돌집에 사는 아주머니의 이름입니다.
밖에 도통 모습을 비치지 않는 아주머니의 행보에, 모두들 그녀를 “미친 사람”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 분의 이름이 에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은 우리집에 초청 편지를 먼저 보내오셨고, 엄마와 저는 그 집에 가서 피아노를 쳐드렸답니다.
하지만, 그 분은 엄마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아래층에는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어요.
이층 계단으로 몰래 가보니, 그 분은 그곳에서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시를 쓰고 계셨답니다.
내가 고향에서 가져온 백합 알뿌리(봄, 희망을 상징)를 건네드렸을때,
그 분은 나에게 곱게 접은 종이한장을 건네셨어요.
종이에 시(삶과 죽음, 인생의 신비로움을 상징)가 쓰여있었어요.
봄이 되고, 우리가 백합 알뿌리를 마당에 심으면서
나는 내가 몰래 준 선물을 숨기고 있을 에밀리 아주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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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낯설음.외로움에서 친근함으로….눈이 녹아내리듯, 상대방에 대한 경계가 녹아내리는 스토리는
“내”가 고향에서 가져온 백합 알뿌리(자연)와 시로 대변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아직,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깨닫지는 못하지만,
고향에서 이곳으로 이사와서도 다시 마당에 뿌리를 내리는 백합 알뿌리는 심으면서
한겨울 눈에 덮혀있는 세상의 아름다움, 타인과의 소통의 부재,
음악(엄마의 피아노 연주)과 시(에밀리의 감성)로 대변되는 삶의 신비로움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이야기와 그림의 조화가 환상을 이루는………..장편 詩 같은 이야기랍니다.
“나”에게 음악의, 시의 신비감을 일깨워준 <에밀리>가
유명 여류시인인 에밀리 디킨스라는 것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詩에서나 찾을법한 아름다운 단어들이 녹아있음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이 뭍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詩같은 분위기가…번역을 통해 반감된 것인데요.
첫페이지만 보더라도, 외국어를 직역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거리에”라는 첫문장은…”거리”를 주소로 쓰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참 낯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우리 문화에 맞게 “우리 동네에”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두번째 페이지의 “우편 구멍”도 참 부자연스럽구요^^(우편함이라고 하던지, 아니면 우리 집에..라고 표현할 수 도 있을것 같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이야기의 시적인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한것이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그림과 이야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도, 번역을 따라가다보면
그냥 한편의 스토리를 읽어가는 듯한….밋밋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런 저런 아쉬움을 뒤로하고라도
<에밀리>책은 초등학생 이상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글이랍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다시한번 꺼내서 읽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