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화는 2009년 ‘황금도깨비 상’ 수상작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가 컸다. 이런 큰 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훌륭한 내용전개나 감동이 있을 테니까.
“난 우리 집이 싫어. 아버지도 엄마도 나를 벌레 취급하잖아. 너 같은 범생이는 모를 거야. 너 우리 아버지가 나 쳐다보는 눈 본 적 없지? 아버지는 날 한심하다고 생각해.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꿈도 없고, 먹기만 한다고. 나보다 네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야. 난 다 알아, 아버지 눈만 보면. 엄마도 나만 보면 잔소리잖아.”
동재는 건이 형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외삼촌은 날 불쌍하게 생각하는 거야. 난 뻐꾸기잖아.”
동재를 바라보는 건이 형의 눈에 화가 가득 차 있었다.
“형이 몰라서 그래. 형 나간 뒤에 외숙모랑 외삼촌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고……. 우리 엄마는 날 버리고 가서 5년 동안 찾으러 오지도 않잖아. 형은 바보야. 멍청해. 아무것도 몰라.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동생도 있으면서 나한테 없는 거 다 가지고 있으면서.”
그렇다. 주인공 동재는 뻐꾸기다.
동재의 엄마는 동재가 여섯 살 때 외삼촌 집에 버리다시피 맡기고 멀리 떠나 버렸다. 그때부터 동재는 외숙모, 외사촌 건이 형, 동생 연이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외숙모와 건이 형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뻐꾸기라는 새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키우지 않고 훌쩍 날아가 버리는 새이다. 그럼 둥지의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 체 뻐꾸기가 낳아놓은 알이 제가 낳은 알인 줄 알고 정성들여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재에게 친구가 생긴다. 바로 앞집 902호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이다.
하교 후 오줌이 급한데 열쇠가 없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다가 끝내 현관 밖에서 오줌을 싼다. 그런 동재를 아저씨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갈아입을 옷을 주고 간식도 챙겨주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901호와 902호, 서로 마주보고 사는 뻐꾸기 동재와 부인, 아들 둘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저씨는 각각 진정한 가족을 가지지 못한 외로운 신세지만 자기가 가진 상처에 힘들어하지 않고 용기 있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동재는 902호 아저씨를 만나면서 가끔 힘들 때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좋은 친구가 되고, 비슷한 처지의 같은 반 유희를 만나면서는 마음의 위로도 받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902호 아저씨의 도움으로 부산에 살고 계시는 엄마를 찾아 동재는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옷 장사를 나간 엄마는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지만 그 후 엄마가 동재를 찾아온다. 그러면서 갈등이 해소 된다. 엄마는 멀리 떨어져 살지만 트럭에다 옷 싣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장사를 해서 꼬박꼬박 동재를 위해 돈도 보내주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결혼과 어디서 살 것인지 동재에게 결정하도록 한다. 그러면서 동재와 통화하기 위해 핸드폰도 새로 했다면서 앞으론 동재와 자주 통화도 하고, 모든 일을 의논해서 결정하겠다 고도 한다.
동재는 이제 더 이상 뻐꾸기가 아니다. 언젠가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902호 아저씨도 용기를 내어 미국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갔고, 둘째 아들은 아저씨를 따라 한국으로 와서 함께 살게 되었다. 이제 아저씨도 언젠가는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참으로 뜻 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