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뻐꾸기다> / 김 혜연
– 나도 아저씨의 아들이 되고 싶다 –
나는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는 ‘나는 뻐꾸기다’라는 뜻이 도저히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뒤표지에 쓰여 있는 글들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 이야기에 제목을 왜 이렇게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궁금해 빨리 책을 펼쳤다.
아하! 나는 책을 반 정도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는 동재이다. 동재는 부모와 같이 살지 못하고 외삼촌댁에서 산다. 그러면서 옆집에 사는 기러기 아빠인 어떤 아저씨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기도 하고 세상의 어두운 면이 나타나는 일도 겪게 된다. 그 아저씨는 평소 술에 취해있는 시간이 많고 외국에 가족들이 다 가있어서 여동생과 밖에 만나지 못한다. 그 아저씨와 동재는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같이 부산에도 가고 비밀의 방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술에 취한 아저씨를 동재가 구하기도 하고 죽을 뻔 한 아저씨를 병원으로 가게 해주기도 한다. 아, 그리고 뻐꾸기란 이름은 아저씨가 동재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뻐꾸기는 자기 둥지에서 자라지 않고 어미가 버리고 간 다른 둥지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슬픈 내용을 담은 책에 새롭고 정다운 제목을 붙여서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중간 중간 새롭고 흥미로운 사건을 잘 집어넣었다. 너무 많이 넣어서 복잡하지도 않고 너무 조금 넣어서 흥미롭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게 말이다.
나는 사실 이런 일도 겪어 보지 못하고 비슷한 감정조차 느껴보지 못해서 공감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에 이런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기도 했고 동정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에게 조금은 와다았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내가 엄마와 아빠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느끼는 쓸쓸한 감정이 가족이 없는 동재의 마음이 아닐까? 비록 나는 몇 시간만 부모님이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혼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 진다. 그래서 어쩔 때는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때도 있고 무언가를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또 조용하기도 해서 허전하고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무서워지기도 한다. 나는 몇 시간 혼자 있기만 해도 이런데, 동재는 얼마나 허전할까! 비록 삶 중간 중간에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고 하여도 부모님은 잊어버릴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재는 사실 책 속에서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더 슬플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저씨와 비슷한 사람도 내 주변에서 보았다. 우리 반 친구 중 엄마와 다른 나라에서 2년 정도 갔다 온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아빠는 2년 동안 혼자서 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아저씨의 얼굴은 가족과 같이 지낼 때보다 푸석푸석하고 힘들어 보였다. 또 어깨가 축 쳐진 힘 빠진 자세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저씨를 볼 때마다 뭐가 저렇게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아저씨는 술은 많이 안 마시고 흥을 돋우는 풍물 선생님이었으니까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아저씨도 분명히 내 친구네 아저씨처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동재와 아저씨의 이야기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는 열한살짜리 아이와 아저씨가 만나는 데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외숙모가 없어서 동동거리다가 동재가 오줌을 싸다니! 열한살이나 되었는데 ! 그것은 아무리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열한살짜리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을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동안도 참지 못하다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아저씨가 아무리 동재와 친하다고 하여도 마음대로 자기 방에 드나들 수 있게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는 것은 보통 이웃집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 아저씨가 동재를 자기 아들로 삼는 다던가 동재의 외삼촌하고도 친해야만 가능할 것 같다.
또 나는 나중에 아저씨가 동재를 자기 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동재의 엄마를 찾아서 부산까지 같이 가고 비밀번호도 알려주고 동재가 자신이 아플 때나 거리에 쓰러져 있는데 구해 주었는지 말아다. 나는 분명히 끝에서는 아저씨가 동재를 입양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아저씨의 아들이 돌아오고 동재는 엄마랑 괜찮은 관계가 된다니! 정말 대 반전이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니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담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들의 쓸쓸함과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이들의 애틋함과 부모를 기다리는 마음을 감동적이게도 표현해준 책으로 나에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