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고양이를 만났다. 황토색바탕에 좀 더 진한 갈색 줄무늬가 그려진 털을 가진 멋진 녀석이다.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며 눈을 마주쳤지만 멀리서 서로 보기만 했을 뿐이다. 나도 한참동안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도 나를 한참을 보고.
내가 그 고양이에게 더욱 정이 가는 건. .. 원래는 그 녀석은 자기와 닮은 고양이와 늘 같이 다녔는데 이제는 혼자 다니기 때문이다. 엄마였는지, 아니면 형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만난 녀석보다는 더 켰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어슬렁 다니고 있을 그 고양이는 혼자만 신나게 놀고 있을까… 우리 아파트 사는 고양이는 이제는 혼자 조심스럽게 다닌다. 안쓰럽다.
아침에 본 아파트 고양이를 닮은 그림책인 <고양이에게 말걸기> 이 책은 초현실적인 그림들로 가득 차있다. 우선 그림책 표지를 보면 주인공인 소녀는 얼굴보다 더 큰 나뭇잎으로 자신의 얼굴을 턱하니 가리고 있고 고양이는 담벼락에 당당하게 앉아있다. 사람보다 훨씬 큰 고양이. 소녀의 옷을 입고 있는 고양이. 그리고 냉장고 안에 있는 눈사람과 겨울 풍경들과 거울안에 있는 바다.
아이는 혼자서 상상의 세상을 떠난다. 집안에 혼자 있으면서 온갖 상상을 다 하는데…평범하고 단순한 것을 이용해서 신기하고 이상한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그 세상은 엄연한 아이의 세상이다. 나는 아이가 상상하는 세상을 천천히 책을 넘기면서 따라갔는데.. 문득 보다 보니 그 세상이 맑고 아름다웠다. 또한 아이들이 혼자 있지 못하는 것도 얼마나 불행한 것이지도 새삼 깨달았다. 냉장고를 보며 겨울에 만들었던 눈사람을 안아넣어두었던 것을 생각하고, 거울 속이 바다같다고 그 안에 들어가는… 담벼락의 고양이는 주인공에게 크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나보다.
첫장에 아이의 옷이 벽에 걸려있다. 하지만 이내 그 옷은 인형의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입혀진다. 그러면서 아이는 상상을 시작한다. 옷을 벗어놓는 걸 보니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같다. 그 시간은 그 전의 시간보다 아이에게 풍성한 시간인 것 같다. 온갖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마음껏 풀어놓는 시간을 갖다보면 엄마가 와서 아이의 잠자리를 봐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