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복숭아 빛 고운 볼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흐른 후 보석처럼 떨어져 내린다. 등을 보인 검은 옷의 사내의 어깨마저도 슬픔에 겨운 양 무거워 보이는 게 이들의 슬픔이 진하게 전해져온다.
역사를 주제로 한 순정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예쁜 책 표지로 인해 절로 손이 가 한 번 쓸어내린다. 그런데 이 책이 거짓말 조금 보태 수백 번은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한 우리 옛이야기「견우직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도 글을 쓰고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텐데, 출판사 비룡소와 작가 김향이, 화가 최정인은 아주 멋들어진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하늘나라 임금님의 사랑받는 딸 직녀와 소몰이꾼 견우의 사랑이 너무도 깊어 두 사람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지 않아 자신들의 일을 게을리 해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헤어진다. 하늘나라 임금님이 일 년에 단 한 번 허락한 날, 넓디넓은 은하수 강은 견우와 직녀를 애타게 만들고,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땅 나라를 물에 잠기게 한다. 이들의 상봉을 위해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아준다는 날이 바로 칠월 칠석이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있는 별 견우성과 직녀성에 얽힌 이 옛이야기는 어린 시절엔 그저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으로, 좀 더 자라서는 상상력 풍부한 옛 선조들의 재미난 이야기로,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를 때 단골로 읽어주는 전래동화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견우직녀」를 읽으면서는 바보 같은 견우와 직녀가, 완고한 하늘나라 임금님이 실제인물과 같이 다가오며 아픈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그대 거기 있나요? / 날 보고 있지요? / 늘 거기 그렇게 있지요? // 바람이 산들 불면 그 바람에 실린 듯 / 구름이 둥실 뜨면 그 구름에 실린 듯 / 그대 언제나 내 마음에 있다오.”
견우가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강물에 직녀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어 보내는 슬픈 사랑의 노래와,
“질기디질긴 비단실로 / 씨실 날실 걸어 놓고 // 오락가락 북을 놀려 / 자나 깨나 베를 짜서 // 이쪽저쪽 하늘 끝에 매어 / 그리운 임 보고지고 / 정다운 임 보고지고”
베틀에 앉아 하염없이 견우를 그리는 직녀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떨어져서도 사랑하는 상대로 인해 심장의 두근거림이 끊이지 않는 책 속 이야기는 활짝 핀 꽃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하나도, 비통함으로 뜯겨나간 구슬 목걸이도, 바람 한 줄기마저도 예사로 보아지지 않는 가장 슬픈 옛이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