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딸아이가 한창 재미를 붙인 새싹인물전은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번에 아이가 읽은 『신사임당』의 경우는 기존에 아이와 함께 읽었던 그 어떤 『신사임당』이야기와 매우 다른 이야기였다.
특히 아이와 함께 주목한 부분은 치마에 묻은 얼룩을 멋진 포도 그림으로 변신시키는 이야기였다.
이 사건의 경우 기존에 읽었던 책에서는 성인이 되어 있었던 에피소드로 그려져 있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있었던 이야기로 그려진 이 책이 신선하면서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쏙 들어오는 사건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서도 과연 이 사건을 두고 정확한 진실을 가리려 한다면 드라마적 허구를 그린 역사드라마로 인해 한국사를 배움에 있어 혼돈을 일으키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만족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어른의 눈과 다른 아이의 눈을 알게 된다.
아이가 만족하고 재미있어 하고 기억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물이야기에서 얻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난 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전에 퀴즈를 냈다.
아이가 먼저 신사임당이 진짜 이름인지 아닌지를 문제로 내었기에 그 문제에 이어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를 내가 물었다.
아이는 정확하게 ‘인선’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재미삼아 무슨 인선인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갑자기 난감해 하며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다.
“엄마, 책에는 무슨 인선인지 안 나와 있어요. 그래서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웃으며 다시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신감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혹시…신인선?”
그렇게 아이와 난 한참을 웃었다.
딸 아이와 읽었던 기존의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씌여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책을 읽었을 때 아이는 신사임당의 본명이 ‘신인선’임을 인지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본명에 대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다보니 그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은 ‘김구’를 읽었을 때와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이는 ‘김구’가 이름을 바꾸는 과정을 한 번 읽고 정확하게 기억해 냈다.
물론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얼마만큼 인지를 하느냐하는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신사임당의 본명을 가지고 한바탕 크게 웃어서인지 오히려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의 특징을 꼽는다면 바로 신사임당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신사임당이 주인공이기는 하되 그녀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훌륭한 자식의 이야기에 무게가 살짝 옮겨갔다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새싹 인물전에서는 그러하지 않고 신사임당에 모든 것이 집중이 되어 있었다.
자식에 대한 언급은 살짝 맛보기로만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내게는 인상이 깊었다.
아이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인상이 깊었던지 내게 또 다시 이런 문제를 내었다.
“엄마, 엄마는 신사임당의 자식이 이이만 있는 줄 아시죠?”
참 뜬금없는 질문이다 생각하며 답했다.
“아니야, 몇 명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이이 말고도 더 있는 건 알아.”
“그럼 이 책에는 몇 명의 자식이 나올까요?”
“글쎄….이매창, 이이, 이우 그리고 몇 명 더 있는 걸로 아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엄마가 아직 그 책을 읽기 전이라 더 모르겠다.”
“엄마 이 책에는 첫째딸, 이이, 막내아들이 나오고 나머지 자식은 그냥 아이들이라고 나와요.”
정말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재미나게 인물이야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새싹 인물전의 힘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