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그림책만 열심히 골라 읽히느라 정작 내 책은 뒷전이었다.
우연히 비룡소에 책 시시회에 신청했던 조카를 위한 책이 5일전 저에게 배달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시작된 책읽기.
두 아이와 부대끼며 하루 일과를 끝낸 후 스탠드 불을 켜고 밤을 새서 읽어본 책이다.
잠을 설친 덕분에 다음날 하루는 조금 힘들게 보내고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준호, 승주, 정아, 할아버지, 루스벨트까지 기막히게 우연을 가장한 계획적인 만남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의
연속.
각자의 꿍꿍이가 다름에도 각자의 목표를 위해 동행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준호군은 끈질기고 우직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정유정 작가가 여자임에도 15세 사춘기 소년의 심정과 신체적 특징의 묘사 들이 굉장히
사실 적이라 놀랍다. 또 읽으며 걷잡을 수없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참 재밌게썼다’
삼십대 후반을 향해가는 걷잡을 수 없는 나이를 잠시 잊고
나는 준호가 되어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되고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투덜거리며 수원에서부터 트럭에 몸을 실고 황당한 여행(?)을 하게 된다. 거절할 수도 없고 다시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그렇게 본의 아니게 도보여행을 하게 되고 지도의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를 곳들을 할아버지의 기억에 의지하여 승주와 정아, 루스벨트를 떼어내지도 못한 체 장성, 광주, 나주, 함평, 신안 임자도를 함께 가게 된다. 준호는 다른 일행들과의 이별 시도를 결국 성공 시키지 못하고 어찌어찌하여 최종 목표인 규환이 형을 만나 무사 탈출을 도왔으나 곧이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주인공들은 그 후 각자의 인생을 평범하게 지내게 된다.
그때 삼일간의 추억을 공유했던 주인공들은 지금 어디선가 추억을 곱씹으며 이제는 그리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때 그 동행들을.
성장소설이라지만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너무 재밌었다.
마지막 페이지을 덮으며 이걸 영화로 찍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재미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글솜씨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