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콜즈의 『영리한 공주』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뭐, 특별한 이야기려고?’ 하는 생각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종이봉지 공주』라든지 고정관념을 깨는 특별한 공주들이 등장하는 동화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 외로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 안에 형상화 된 공주의 모습도 신선했다. 그렇다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 아레트 공주에게서 나올 것이다. 아레트 공주는 일상적인 일들을 사랑한다. 겁 없이 씩씩하고, 왕자보다 용감한 인물은 아니다. 다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고, 자신이 영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다. 과거의 틀, 관습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독서를 좋아하고 바느질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감사하게 누릴 수 있는 인물이다. 또, 공주는 착하다. 하지만 무작정 착하지는 않다. 보석 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보석에 자신을 팔아넘기자, 결코 용서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착한 마음씨로 조력자들을 많이 얻지만, 독할 때는 독하다. 이렇게 매력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사건이 흥미진진해지고 영리한 공주의 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보석에 팔려서 나쁜 마법사와 결혼하게 된 공주는, 마법사의 성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실에 갇힌다. 마법사는 공주가 영리한지 증명하는 문제를 세 가지 내고, 실패하면 공주의 목을 베어도 좋다는 승낙까지 받은 후였다. 다행히 공주는 마녀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시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금반지를 얻는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의지할 것이라고는 반지밖에 없는 상황! 공주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탈출할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공주는 어둠침침한 지하실을 청소하고, 요리사 앰플 아주머니와도 친해진다. 반지를 통해 물감과 붓을 얻어 지하실을 멋지게 꾸미기까지 한다. 마법사 복스는 공주를 죽이기 위해 어려운 시험을 계획하지만, 공주는 모든 시험을 통과한다. 편견 없는 자유로움, 모든 것에 대한 애정, 친구들의 도움으로 공주는 위험에서 벗어나고 마법사를 물리치게 된다. 공주가 반지를 통해 얻은 것들은 미술 용품과 바느질 도구, 필기도구뿐이다. 어떻게 보면 예술의 승리일 수도 있다. 단순히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창조적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도구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희망을 불어넣는 공주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세상의 멋진 일을 즐길 수 있는 공주의 넓은 시각이 빛나는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공주 이야기이지만,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이야기이다. 마치 내 친구처럼 친근한 공주의 모습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의 장점은 공주의 이야기를 통해 판타지 세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일상의 즐거움과 예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어리석게 그려진 나쁜 마법사들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데서 오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앰플 아주머니가 창의력을 발휘해 마법사에게 만들어주는 음식들은 또 어떤가? 뿐만 아니라 작가는 구습을 좇는 사람들과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대비시켜 독자 스스로 교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에 더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