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심리를 자세하게 포착하여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케빈 헹크스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매우 궁금했는데, 익숙한 생쥐 캐릭터가 나와 초반부터 즐거움을 주었다.
『체스터는 뭐든지 자기 멋대로야』의 주인공 체스터는 자기주장이 확고한 꼬마 신사다. 이렇게까지 개성이 강할까 싶을 정도로 체스터는 자기만의 룰을 가지고 있는데, 체스터의 친구 윌슨 역시 ‘한 개성’한다. 작가는 한 콩깍지 안에 든 콩알처럼 비슷한 두 친구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그려낸다. 둘이 함께 야구를 하는 모습, 손으로 똑같은 신호를 보내면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핼러윈 축제 때 누가 봐도 한 쌍으로 보이게 차려 입은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기주장이 강한 체스터가 어떻게 친구관계를 맺어가고 사회성을 기를지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어른 독자의 우려를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불식시키고 있다. 꾸중하지도 않고 회유하지도 않는다. 그저 릴리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해줌으로써,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체스터와 윌슨은 동네로 이사 온 릴리라는 강적을 만나게 된다. 릴리 역시 용감하게 보이려고 일회용 반창고를 팔다리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니고, 가끔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며,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변장을 하는 별난 아이. 작가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릴리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환기시킨다. 어른들은 튀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될 때에는 문제가 다르다. 체스터와 윌리는 자신들과 같은 ‘특별한 존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자기주장이 독선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일종의 질투일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는 이 심리는 우리 모두가 경험했고, 경험하는 것으로서 공감을 산다.
이제 다툼이 일어날까? 릴리는 이사를 가게 될까? 이리저리 일어날 상황을 떠올려 보는데 작가는 끝까지 아이들의 가능성과 마음을 믿는다. 체스터랑 윌슨이 덩치 큰 형들에게 놀림 받고 있을 때 고양이 분장을 한 릴리가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특이한 릴리의 성격이 복선으로 작용하는 데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변장을 하는 릴리이기에,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생쥐가 고양이 분장이라니, 작가는 작은 것 하나에도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 아이들 스스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아직까지 친구 사귀기를 두려워하거나, 자신만의 생활을 고집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부드럽게 제안하는 작가의 태도가 신사적으로 느껴졌다.
작가는 함께 나눌수록 더 커지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점층적으로, 반복적으로 만들어서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이제 한 콩깍지 안에서 자란 세 콩알들이 되어버린 체스터와 윌슨과 릴리는 핼러윈 축제 때 세 마리 눈 먼 쥐로 차려 입을 정도다. 작가는 여기에 빅터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맺는다. 과연 이 셋은 빅터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바위 뒤에서 빅터의 모습을 지켜보는 셋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릴리와 체스터와 윌슨은 빅터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여는 순간 더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