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한때 시청자들의 인기로 들썩이던 TV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이유로 단박에 유명해진 책이라하지만 TV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은 탓에 어떻게 어떤 이유로 TV에 출연했는지 도저히 감조차 잡히지 않는 탓에 공감보다는 막연한 궁금증을 안고 보게 된 그림책이다.
시원하게 큰 판형에 자극적이지 않은 색채의 넉넉한 그림이 조금은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상상력이 무시당하는 게 분해 휴가를 떠나 돌아오지 않자 잃어버린 새 신발을 찾아나서듯 ‘마음의 눈’을 찾아나선다는 작가의 도입부 설명이 내게는 왠지 작가의 상상력이 돌아온듯 하다.^^
화가인 자신의 상상력이 사라진 것으로 인한 걱정은 다름아닌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그림을 그리고 살아갈까에 대한 것! 아마도 작가는 화가가운데서도 상상력이 풍부하게 요구되는 그림을 그리는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한다.
하여튼 붓과 삼각대를 내던지고 가방을 꾸려 빨간 자동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정말로 특이하게 생긴 바닷가 호텔. 폭풍이 몰려오기라도 한 걸까? 파도가 심상치 않은 바닷가 호텔 앞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에 어느새 긴장감이 느껴진다. 과연 저 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드디어 계단을 올라선 작가의 눈에 띈 신비한 소년을 시작으로 목발을 짚은 외다리 선원, 병약한 소녀와 간호사가 등장하고 잿빛 사나이 그레이 씨, 키 큰 방랑자에 이어 작고 통통한 형사까지 등장하면, 어느새 나조차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혹시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냐?’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음 장을 펼치면, 모래에 처박힌 비행기를 남기고 비행사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엔 왠지 낯익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린왕자 그리고 생떽쥐페리??
하지만, 다음에 등장하는 나무 위에 앉아서 위태롭게 식사를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과연 누구일까?’
어두운 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구덩이를 파고 있는 외다리 선원은 어느 이야기에 등장하였던 선장이 떠오르고, 영문도 없이 휠체어에 앉은 소녀를 데리고 나와 물속으로 밀어넣는 끔찍한 광경이 순간 아이들의 환상적인 동화를 떠오르게 한다. 흠… 이제야 무언가 실마리를 잡을 것도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이다. 이거 왠지 우리가(혹은 작가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등장시키기라도 할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면 어느새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사람들 모두는 등장인물이다. 게다가 모비딕까지 출연했다. 와우~
등장인물들은 어느새 자신의 질문에 답을 얻고 각자의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떠나간다. 하지만 화가의 상상력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듯 남겨진 몇몇 사람들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영원한 기사 돈키호테와 로시난테도 있다~
새로 ‘마지막 휴양지’를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짐을 꾸린 화가가 찾은 것은 다름아닌 ‘마음 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는 프런트 새의 이야기에 화가 역시 잃어버린 새 신발을 찾았음을 눈치챈다. 하긴 이미 그가 들려준 ‘마지막 휴양지’의 방문객들에 대한 이야기만 보아도 어떻게 눈치채지 않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다소 뜬금없이 의아하기만 할지도 모를 내용이다. 물론 <덧붙이는 말>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는 같은 이야기라도 다르게 읽힌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알거나 혹은 알지 못하거나 문제없다는 듯 이야기한다. ‘이 그림과 글에 멋지게 들어맞는 다른 인물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몇몇 등장인물들 가운에 확실하게 알고 있기라도 한다면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어느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까?? 나부터서도 그랬으니 말이다. 만약 저자의 말대로 ‘이 그림과 글에 멋지게 들어맞은 다른 인물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엄청난 상상력의 소유자가 아닐까…..아니면, 그저 보이는 대로 보거나 혹은 들려주는 대로 듣거나…
전반부(?)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저기 모비딕까지.
호텔 ‘마지막 휴양지’ 내부에 함께 모여 있는 등장인물들~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새롭게 호텔 ‘마지막 휴양지’를 향해 나타난 등장인물들~ 영원한 기사 돈키호테도 있다~
뒷장의 <덧붙이는 말> 등장인물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으로 영문모를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기 도 한다.